[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첫 공식 일정에서 문재인 대표와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의 어색한 조우가 이뤄졌다. 을지로위원회 활동 2주년 기념식에서다.
김 위원장은 27일 당 혁신 방향으로 '생활정당'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 기념식을 첫 공식 일정으로 잡았지만, '친노 패권주의' 문제로 문 대표의 책임론을 연일 주장하고 있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문 대표의 선거패배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면서 부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을지로위원회는 '친노 패권주의' 문제로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우원식 최고위원을 앞세워 출범을 주도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 전 대표는 "김한길이 정치활동에서 잘 했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을지로위를 만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기념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오늘 일을 처음 맡았는데 오늘 공식적인 행사가 을지로위원회고, 을지로위원회가 우리 당에서 생활위원회로서 활동을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해서 그 자리에 함께 하려고 왔다"고 밝혔다.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2년 동안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대기업 하청업체 문제와 비정규직, 상가권리금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중재, 입법 등을 통해 우리 사회 을(乙)들을 위한 민원 해결에 적극 나서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문 대표 역시 축사에서 "우리 당은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 그 혁신의 끝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경제정당이 되는 것"이라며 "다행히 우리에게는 을지로위가 있다. 을지로위는 우리 당과 국민을 이어주는 희망의 징검다리"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을지로위는 실천으로 우리 당의 혁신 방향, 집권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정치현안만 쫓아다니는 여의도 정당을 넘어서서 현장에서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생활정당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을지로위와 함께 우리 당의 혁신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지금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의 현상은 재보선 패배와 그 책임을 둘러싼 갈등, 계파와 패권주의 논란 등"이라고 당 위기를 언급하고, "위기의 본질은 우리 당이 국민들의 삶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공동대표는 을지로위 출범 배경에 대해 "제가 당대표 됐을 때의 혁신은 현장에 민생과 함께 하는 정치였다. (그래서) 을지로위 활동을 우리가 적극 펼쳤다"며 "지금의 혁신은 그 때와 다르다. 선거참패에 대한 반성, 성찰, 책임을 내용으로 하는 혁신이 지금의 혁신일 것"이라고 뼈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2년 전 제가 2년 임기로 당대표 돼서 을지로위가 바로 출범했으니 잘 왔으면 계속 당대표를 해왔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면서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기도 했고, 선거패배에 물러났고,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있었고, 드디어 우리 문재인 대표 체제가 시작됐는데 참 아픈 우리 당 역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행사를 마친 후에도 "지금 혁신위가 뜬금없이 왜 생겼나. 재보선 참패 이후 반성과 성찰을 내용으로 하는 혁신이 필요해서 생긴 것"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반성, 성찰, 책임은 실종되고 막연한 혁신(만 나온다). 아직 총선이 많이 남았는데 총선으로 모든 관심이 쏠렸잖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앞서 이날 김 위원장의 혁신위 기자회견에 대해 "(기자회견을) 못 봤다"고 거리를 두면서 김 위원장의 계파모임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나는 계파모임이란 걸 해본 적도 없으니 그런 말을 들을 사람은 다른 사람들일 것"이라고 친노 세력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 순서로 나선 축사를 통해 "지금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모두들 보고 있다"며 "이제 미래지향적 발전을 함께 전망하면서 바로 우리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자유·평등·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혁신위원회 활동 방향과 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혁신위 인선은 6월 초순에 마친다는 방침이지만 "인선 기준 자체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는 한때 혁신위원장 물망에 올랐던 조국 서울대 교수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또 뵐 수 있다"고 말해 혁신위 부위원장이나 위원으로서 영입 가능성도 여전히 남겨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