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7월 중 관련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그 동안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아직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지만 실상은 이러한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가계부채 잔액은 2013년 1021조원, 2014년 1089조원, 2015년 1분기 1099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4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10조1000억원 늘었고, 5월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7조3000억원 증가했으니 가계부채 총액은 이미 11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가계부채 폭증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책은 이번에도 기존의 내놓은 것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질적 구조를 개선한다고 내놓은 대책이 한계 계층의 가계부채를 더 악화시키는 측면, 저소득층의 이자부담을 줄여준다는 최고금리 인하가 오히려 바닥층을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밀어내는 측면 등 기존 대책들의 '풍선효과'를 두루 감안한 종합적인 처방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높은 이유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다시 꺼내들어…'재탕, 삼탕' 우려도
부담을 느낀 정부는 다음달 내놓을 긴급 처방약으로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유도' 카드를 또 꺼내들 방침이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목표의 비중을 높여 가계부채의 질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현재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목표 비중은 2015년 25%, 2016년 30%, 2017년 40%로 설정돼있지만 이미 안심전환대출 시행으로 2016년 목표치인 30%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2011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률 종합대책'에서 발표된 이후 지난해 2월과 올 2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 발표에 걸쳐 세번이나 등장했던 방안이다.
이번 7월 발표까지 감안하면 재탕, 삼탕을 넘어선 수준이어서 정부가 정말 가계부채의 위기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는 하되, 주택시장 활성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나 사업자금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이를 보완하는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자가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나 사업자금을 대출하는 경우 가계의 소득 여건이나 경기상황의 변화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은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 '최고치'…“상환 유도에 초점 맞춰야”
또 다른 문제는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면서 처분할 수 있는 소득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그동안 정부의 대책에는 이러한 고민의 흔적이 잘 담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089조원으로 이를 지난해 가계 가처분가능소득(788조9000억원)으로 나눈 결과 138.0%에 달했다.
올 들어 폭증한 주택담보대출을 감안하면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 대부업 최고 금리를 29.9%로 제한키로 했지만 이 역시도 부담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가장 부담을 느끼는 저신용·저소득 계층에서는 20%대 금리도 '살인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돈을 빌리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계 빚이 계속 늘어날 수 있는데다 고금리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 부채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0% 이상의 이자를 무는 저소득층 가구는 총 7만4000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같은 상황에서 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의 경우 중금리 상품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권에서 팔고 있는 중금리 상품은 대출 금액이 소액에 한정된데다 2금융권보다 승인 요건이 까다로워서다.
KB국민은행의 KB행복드림론 II는 연소득 200만원 이상의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하고 대출한도는 500만원이다. 우리은행의 '우리희망드림’도 신용등급 1~8등급이 신청 대상이다. 대출한도는 1000만원이며, 금리는 연 7~11%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가구의 담보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며 "이들 계층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더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소득을 늘려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속득층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게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계다"며 "일자리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원금 상환을 유도하는 대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