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새정치민주연합이 분열론과 신당론 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당 혁신위가 연이어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비노 측은 혁신안이 발표될 때마다 오히려 더 큰 실망감을 내비치며 신당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당 쇄신의 핵심이 친노 계파 청산에 있는데도, 혁신위가 오히려 친노 패권주의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위 활동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왔던 비노-비주류는 이 때문에 좌절감을 감추지 못하고 당을 떠나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 대안정당이 창당되지 않은 상황이라 탈당 행렬이 우르르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선도 탈당파 중 누구라도 제3지대에서 깃발을 들어 올리면 탈당 행렬은 봇물 터진 듯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분당 사태를 겪었던 과거가 다시 되풀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떠나간 천정배-박준영, 그리고 줄줄이 대기 중
새정치민주연합 분열의 첫 신호탄은 천정배 의원의 탈당이었다. 당내 진보개혁진영의 최대 주주 중 한 명으로, 잠룡으로까지 분류돼 왔던 그의 탈당은 당 안팎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그는 4.29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호남에서 당선되며 새정치민주연합 분열의 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지난 9일 호남 출신의 전·현직 중앙당 실무 당직자들로 구성된 ‘국민희망연대’ 100여명이 집단 탈당을 감행했다. 천정배 의원 이후로 탈당 행렬이 뜸했지만, 이들이 탈당 물꼬를 트고 나선 것이다. 당에서는 이들의 탈당으로 연쇄 탈당 행렬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축했지만, 상황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당내 비노-비주류 측은 움찔움찔하기 시작했고, 호남을 중심으로 원심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지난 16일, 3선 전남도지사를 지낸 박준영 전 지사가 탈당을 선언하고 나섰다. 박준영 전 지사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국민들에 의해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오늘 저의 결정은 제1야당의 현주소에 대한 저의 참담한 고백이자, 야권의 새 희망을 일구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박 전 지사는 그러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는 제가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분석되고 지적되어 왔다”며 “오늘의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은 국민의 힘으로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이 분당된 이후 누적된 적폐의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지사는 이어, “특정세력에 의한 독선적이고 분열적인 언행, 국민과 국가보다는 자신들의 이익 우선, 급진세력과의 무원칙한 연대, 당원들에게 대한 차별과 권한 축소 등 비민주성... 국민과 당원들은 실망하고 신뢰를 거두기 시작했다”고 사실상 친노세력이 당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전 지사는 또, “작년 7월 초 ‘이번 선거에서 우리당이 패배했으면 좋겠다’는 당원들의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또는 지난 2월 초 (전당대회 전) ‘시민들이 신당을 요구하고 있다’는 당원들의 말에 더욱 놀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전 지사는 “열성 당원들이 당을 버리고 있었음을 알고 저는 많은 고민을 했다”며 “대한민국의 갈 길은 복잡하고 험난하다. 집권 여당이 이 길을 개척하는데 실패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박 전 지사는 덧붙여 “평생 한 당을 사랑해 온 당원이 이런 고백을 하며 당을 떠나고자 하는 비통한 마음과 결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며 “오늘의 제 결정이 한국정치의 성숙과 야권의 장래를 위해 고뇌하시는 많은 분들께 새로운 모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지사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변할 기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혁신안도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혁신위 활동 자체에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 전 지사는 그러면서 신당 창당 계획과 관련해 “중도혁신을 하는 방향이 국가와 국민에게 평화로운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면서 앞서 탈당한 인사들나 당내 비노 인사들과 만나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지사 탈당에 앞서 집단 탈당했던 국민희망시대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호남의 혁신 신당을 구축하고 전국정당으로 발돋움 하라는 호남인들의 강력한 명령에 따라 국민희망시대는 새로운 대안정당을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호남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은 계속적인 탈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혁신은 당대표가 정치생명 걸고 했어야”
탈당한 박준영 전 지사는 그동안 박주선 의원을 비롯해 정대철 상임고문, 정균환 전 의원, 박광태 전 광주시장 등과 회동을 하는 등 신당 창당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논의를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외에도 비주류 인사들 사이에서는 못해도 현역 의원 20명 이상은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호남 3선 비주류 김동철 의원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당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도권의 10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30명 정도의 현역이 탈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다른 신당파인 박주선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새정치연합의 개혁이 잘 안 되기를 바라고, 우리(민집모)는 새정치연합의 개혁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하지만, 당 개혁이 잘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신당이 뜰 경우 박 의원과도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열린 의총에서는 “김상곤 혁신위가 무거운 짐을 지고 정말 고생했지만, 지금까지 발표한 혁신 과제는 유감스럽게도 본질과 동떨어졌다”며 “애초에 혁신은 당대표가 대표직을 걸고 정치생명을 걸고 했어야 했다. 이것저것 백화점식으로 나열할 필요 없이 오직 ‘믿을 수 없는 정당’, ‘싸가지 없는 정당’,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혁신에 대해서만 당대표가 책임지고 추진하면 될 문제였다”고 문재인 대표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김 의원은 덧붙여 “문재인 대표의 살신성인을 요구한다.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서 최고의 혁신 과제라 생각한다”면서 문 대표 사퇴 후, 문 대표를 포함한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등 대선 주자급으로 비대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박주선 의원은 지난 21일 오전 C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혁신안이 최종적으로 마무리 되어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 국민이 외면한다면 대안 정당을 만드는 길에 참여할 수 있는 의원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의원들의 탈당 시점에 대해서는 “9월 말정도로 보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혁신안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다면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며 시점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탈당 의원 규모에 대해서는 김동철 의원과 마찬가지로 20~30명 정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 시사뉴스 창간 27주년 460호 특집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