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일방적으로 저희가 만든 노래와 세트리스트를 들려드리는 것 보다 함께 만드는 공연을 하고 싶었습니다."(투컷)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오는 31일부터 8회 동안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리는 새로운 콘셉트의 소극장 공연 '현재상영중'을 시작한다. '현재상영중'은 액션·휴먼·멜로·공포·SF·에로 등 여섯 가지 장르 중 관객이 직접 보고 싶은 테마를 골라 관람할 수 있는 '관객 선택형 콘서트'다.
공연마다 세 가지 테마가 선정되고 각 테마마다 다른 세트리스트로 무대가 구성된다. 예를 들어 '에로' 테마에는 그룹 '빅뱅'의 '배 배'(BAE BAE)를 에픽하이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30일 본격적인 콘서트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타블로는 "'올콘'(모든 회차 공연을 다 가는 것) 뛰는 팬들을 위한 기획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아무리 우리가 좋아서 보러 와 주신다고 해도 매일 똑같은 걸 보다 보면, 시간과 돈이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년 가을 콘서트부터 매번 세트리스트를 살짝 바꾸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이런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타블로)
테마 선정에는 멜론을 통한 사전투표가 20%, 공연 당일 현장투표가 80% 반영된다. 철저히 관객들의 의견을 따르는 공연인만큼 한 번도 선택되지 않은 테마가 나와도 받아들일 예정이다. 이미 사전투표에서는 '에로' 테마만 연이어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실 그게 너무 걱정이 됐어요."(타블로) "첫 주가 지나면 이미 한 번 공연을 보신 분들이 담합해서 현장투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도 되지만, 전적으로 팬분들이 결정하는 일이죠."(미쓰라 진)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은 모든 세트에 잘 배치를 했습니다. 어떤 순서로 어떤 테마가 나와도 흐름이 깨지지 않게 즐거운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타블로)
투컷의 계산에 따르면 여섯 가지 테마를 8회 동안, 한 번에 세 가지 씩 공연할 때 경우의 수는 960가지에 달한다. 곡을 정리하는 데만 꼬박 3일이 걸렸다.
"가사를 다 외우는 게 더 큰 문제에요. 다 외우셨나요?"(투컷) "완벽히 외웠다고는 확실히 말을 못하겠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외우고 자겠습니다."(타블로)
작은 클럽에서 공연하는 것으로 시작해 미국, 아시아할 것 없이 투어 공연까지 다닐 정도로 성장한 에픽하이는 그럼에도 "가장 그리운 공연은 소규모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 '현재상영중'은 소극장에서 공연할 때의 추억을 멤버들도, 팬들도 다시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날 투컷은 "매 회 다른 게스트가 깜짝 방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누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날짜를 잘 골라야 할 것"이라면서도 "전부 멋진 분들이라서 언제 와도 상관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희에게도 관객 여러분께도 매번 긴장하면서 볼 수밖에 없는 공연입니다. 요일마다 다른 공연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갈 거라고 생각해요."(미쓰라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