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유통업계가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긴장모드다. 실적부진에 이어 세대교체, 신상필벌 바람까지. 예년보다 인사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CJ그룹 등 주요 유통그룹사들이 올 연말 정기인사 준비에 분주하다. 우선 롯데그룹은 인사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영권 분쟁의 최 일선에 있는 정책본부를 비롯해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는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책본부장인 이인원(68)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룹 원로로, 중심을 잡고 무난하게 대처해온 만큼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또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맡고 있는 황각규(60) 사장도 신동빈 회장의 대국민 공약인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호텔롯데 상장 등 기업지배구조개선 작업을 주도하고 있어 이동이 쉽지 않다.
정책본부 대외협력실장인 소진세(65) 사장과 노병용(64) 롯데물산 사장 역시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 및 총괄하고 있어 보직 변경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밖에 이홍균(60) 롯데면세점 대표, 이원준(59) 롯데쇼핑 대표, 강현구(55) 롯데홈쇼핑 대표 등도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쉽게 인사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는 12월4일 열리는 사장단회의에서 올해 사업평가와 함께 내년 사업 비전에 대한 논의 후 인사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016년도 그룹 정기 임원인사가 다음달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든 조직원이 합심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롯데의 비전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 인사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면세점 사업 경쟁에서 승리한 만큼 후속 인사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매년 12월1일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시내면세점 특허경쟁에서 신세계가 가장 큰 성과를 얻은 만큼 큰 폭의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인사에 차세대 경영진을 적극 등용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선만큼 올해는 소폭의 인사가 점쳐진다.
그룹 내 주요 CEO의 경우 내년 임기가 만료되지만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김해성 신세계 경영전략실장 대표,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 김성환 신세계푸드 대표 등 임기는 2016년 3월14일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2017년 3월14일이다.
이번 신세계그룹 정기인사가 소폭에 그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되는 분위기다. 김해성 그룹 경영전략실장이 이마트 경영부문 대표를 겸임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갑수 현 이마트 영업부문 대표가 취임한 것은 지난해 초,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역시 취임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 중용에 힘이 실린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젊은 임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던 만큼 올해는 소폭의 인사가 단행 될 것"이라면서 "면세점 사업 획득이라는 호재에 성과주의 및 신상필벌의 인사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까지 현대백화점의 경우 인사와 관련해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대상자는 없다. 다만 지난 7월 현대백화점 그룹이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점은 고려 대상이다.
대표이사급에서도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지 못하는 인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인사에 대해 어떤 인물이 어떻게 된다는 소문 조차 돌고 있지 않다"며 "연말에 임원인사가 단행되고 내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감사위원 등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너 부재로 비상경영 중인 CJ그룹의 올해 정기인사도 관심이다. CJ그룹은 일반적으로 매월 10월께 임원 인사를 해 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구속된 2013년부터 인사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2013년엔 12월에 인사를, 지난해는 해를 넘겼다.
최근 2년간 사실상 임원인사를 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연말인사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CJ그룹은 2013년 이 회장의 구속기소 이후 정기임원인사 규모를 최소화했다. 신임 임원에 대한 인사만 이뤄질 정도로 그동안 승진하거나 퇴임한 임원의 수는 손에 꼽힌다.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는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임원급 인사에 대한 승진인사로 소폭의 인사가 이뤄졌던 만큼 사장단의 인사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CJ 정기인사의 관전포인트는 (이 회장) 내달 15일 열리는 판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따른 임직원들에 대한 상벌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멈췄던 경영 시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동안 경영 차질을 빚었기 때문에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들의 책임 경영으로 공격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것.
CJ 측은 "매년 CJ인사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며 "이재현 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 이후 인사가 결정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전까지는 인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