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대표적인 건조 지역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눈부신 설국으로 바뀌었다. 이달 초부터 잇달아 불어닥친 폭설 때문이다. 맘모스산 정상은 36인치(약 91㎝) 두께의 눈을 이고 있다. 타호 호수 주변엔 18인치(약 46㎝)의 눈이 쌓였다. 이번 주에 한 두 차례 또 다른 폭설이 예고돼 있어 시에라네바다 산맥은 더욱 두터운 눈 이불을 덮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앙을 불러오는 엘니뇨가 캘리포니아에는 축복을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는 그동안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을 겪어왔다.
그러나 올겨울 잇단 폭설이 캘리포니아의 가뭄을 해갈시켜 주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엘니뇨 덕에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캘리포니아 전역에 많은 비와 눈이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갑자기 쏟아진 폭설 덕에 캘리포니아 북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스키장들은 평년보다 한 달이나 빨리 개장하고 있다. 설경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까지 몰리면서 인근 호텔의 방들도 동이 나고 있다. 맘모스 산 주변의 스키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엘니뇨로 인한 폭설이 캘리포니아의 지역 경제까지 살리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산간 지역에 내리는 눈은 비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면 댐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방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시에라네바다 산중에 쌓인 두터운 눈은 봄과 여름 동안 천천히 녹아내리면서 캘리포니아의 메마른 대지를 적시게 된다.
로스앤젤레스 라카냐다플린트리지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기후학자인 빌 패처트는 “지난 몇 년 동안 스키장들이 이렇게 빨리 문을 연 적이 없었다.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 이전에 스키장을 개장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미 국립기상청의 기상학자인 나탄 오웬은 24일과 25일 모두 18인치의 눈이 더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폭설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곳곳에 눈사태가 발생하고, 산중 도로도 여러 곳 끊겼다. 이달 초 눈 폭풍이 몰아치던 존뮤어 야생보호구역을 찾았던 UCLA 대학원생 마이클 데이비드 마이어스는 눈사태를 만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