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국에서 십대 흑인 청년들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 시카고 경찰이 17세 흑인 소년 라쿠안 맥도널드가 지난 2014년 10월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순간을 찍은 비디오 동영상을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비디오 영상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동영상이 공개된 후 이날 밤 시카고 곳곳에서는 경찰을 성토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당초 법원은 25일 동영상을 공개하도록 명령했으나 경찰은 하루 앞서 영상을 공개했고, 같은 날 검찰은 맥도널드를 쏜 경찰 제이슨 밴 다이크를 1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시카고에서 경찰이 1급 살인죄로 기소되기는 30여년만에 처음이다.
램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의 자제를 촉구하면서 " 지금이야 말로 오해의 장벽이 아니라 이해의 다리를 놓을 수있는 순간"이라며 "시민들이 비디오를 보고 당혹감을 느껴 시위를 벌이고자 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마침 이날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린 지 꼭 1년째가 되는 날이다.
이번에 일반에 공개된 약 40초 분량의 비디오 영상에 따르면, 다이크 경관은 지난 해 10월 20일 칼로 경찰차 타이어를 훼손하려다 도망치던 맥도널드에게 총을 쐈고, 맥도널드가 4차선 도로 한복판에서 쓰러진 다음에도 무려 16발의 총알을 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있다.영상은 경찰차 대쉬보드에 장착된 카메라가 포착한 것이다.
시민들은 다이크 경관이 사실상 맥도널드를 총으로 처형하듯이 쏴 죽인데 대해 경악하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위대는 맥도널드가 맞은 총알 숫자를 뜻하는 '16'을 연호하면서 공권력을 규탄했다. 시민들은 경찰 뿐만 아니라 사건이 벌어진지 1년이 넘도록 늑장 대응한 이매뉴얼 시장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 칼럼니스트 존 카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비디오가 시카고를 갈갈이 찢어 놓을 수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루스벨트 왓킨스 목사 역시 현지 언론 WLS TV와의 인터뷰에서 "시카고가 퍼거슨처럼 될 수도 있다"며 시위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