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은 ‘조국사태’로 민심이 술렁이자 호기(好氣)가 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호기임엔 틀림없으나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라면 그 호기는 그저 흘러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무언가는 빠져 있다. 그간의 진심어린 반성과 스스로 몸을 깎는 개혁의 모습이다. 이것이 없는 한 잠깐의 기회는 한때의 추억에 불과할 것이다. 보수야당은 ‘조국사태’에 맞닥뜨려 세 가지 흐름으로 정국을 풀어가려는 모습이다. 우선은 강력한 대정부 투쟁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언주 의원 등 적잖은 정치인이 삭발투쟁을 이어왔다. 다음 달 3일엔 100만 인파를 서울 도심 한가운데로 모을 기세다. 조국 장관 지키기를 국민의 뜻에 대한 거부로 규정하고 문재인 대통령 퇴진투쟁으로까지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정국의 주도권을 끌어가기 위해 당연히 쓸 수 있는 카드다. 그러나 투쟁의 주도권을 몇 년간 집권여당과 그 지지세력에 빼앗겼던 터라 분위기는 반전되었음에도 투쟁을 자신 있게 끌어가기엔 부족함이 있다. "당신들은 할 얘기가 없잖아?"라는 역공엔 여전히 답이 궁색하다. 둘째, 잘 보이지 않던, 뒷전에 머물던 인사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저는 오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지금 제 두 어깨는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부여받은 막중한 소명감으로 무겁습니다. 지금 제 가슴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일성이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미국처럼 부강하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된 나라일까? 북유럽식으로 복지가 제대로 된 나라일까?’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가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으려면 당연히 미국처럼, 북유럽처럼 우선은 국민의 경제적 삶이 풍요롭고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움직이는 나라일 것이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대통령께서 얘기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향해 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남미의 어느 한 나라 얘기를 해보자. 이 나라는 산유국으로 나름 경제적으로는 부유한 축에 속하는 나라였는데 2014년 이래 매년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작년까지 실질 GDP가 49%나 감소했다. 외환보유고가 급속도로 감소했고, 빈곤층이 2014년 48.4%에서 2017년 87%로 급증했다. 인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리스트] 문재인 정부의 생명줄은 '정의'다. 이것이 무너지면 그 이름으로 무너진 과거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국민은 경제적 불평등의 개선, 북한에의 지나친 냉전적 사고의 변화, 공정하지 못한 인사의 개혁,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에 관심이 높아졌다. 과거 잘못에 대한 개혁을 이야기하고, 현실 국가경영에 기득권과 편견이 배격되기를 희망하였으며 미래 대한민국 사회가 보다 높은 가치로 나아가기를 기대했다. 국민은 조금은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현 정부를 선택했다. 정의롭지 못하다고 혼난 과거 집권세력은 야당이 돼서도 깊은 성찰이 없이 과거의 사람들과 행태에 연연하기에 국민은 아직도 이들을 마음에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지지율의 벽은 높아 보이기만 하다. 그렇다면 ‘정의’의 무등을 타고 집권한 이들은 과연 정의로운가? 27개월이 흐른 지금의 문재인 정부의 정의로움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으로 미루기로 하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국 후보자에 대해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그리스신화 속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두 눈을 가리고 있다. 정의실현을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리스트] 우리 정부가 대미(對美)관계에서 치밀하게 문제를 예측하고 상황을 파악한 후 최적의 대안을 만들어 원만하게 대응해 나가는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말로만의 '선제대응'은 언제 현실에서 구현 가능할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고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전 세계가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주창한 보호주의에 기반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즉 미국 중심의 정책은 생산·투자·소비가 동반 감소하는 '트리플 쇼크'에 더하여 탄핵정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경제를 더욱 옥죌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의존적이며, 특히 미국에 의존적인 한국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당장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가 발등에 떨어질 불이 될 것을 걱정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큰 걱정이었다. 트럼프는 동맹국의 안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으며 이는 '동맹국의 미국에 대한 착취'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6년 당시 한국이 부담한 9,400억 원의 방위비 분담금은 어느 속도로 어떤 규모로까지 커질지가 큰 걱정이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리스트] 고전에서의 갓끈은 고귀함이다. 초나라 굴원(屈原)은 〈어부사(漁父詞)〉에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을 것이요(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을 것이다(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라 했다. 이처럼 맑은 물에 씻어 몸보다 정갈하게 간수해야 하는 갓끈은 고귀함의 상징이었다. 고 신영복 선생은 저서 《강의》에서 〈어부사〉의 갓끈을 ‘이상’으로 비유한다. 그리고 발을 ‘현실’로 비유해 굴원의 명문구를 ‘현실과 이상의 지혜로운 조화’로 해석한다. 그는 경직되어 있는 우리 세상 속에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조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현실의 세계에서 갓끈은 더 이상, 이상의 상징이 아니다. 고귀함은 더더욱 아니다. 특히, 정치의 세계에선 맞닥뜨리면 아픈 돌팔매가 되기도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갓끈의 돌팔매를 맞았다. 그는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의 제외를 의결한 당일 낮에 일식집에서 일본 술(사케)를 곁들이며 회식을 했다고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우리 술(백화수복)을 마셨다고 해명은 됐지만, 주변에서도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리스트] 우리 정부가 대미(對美)관계에서 치밀하게 문제를 예측하고 상황을 파악한 후 최적의 대안을 만들어 원만하게 대응해 나가는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말로만의 '선제대응'은 언제 현실에서 구현 가능할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고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전 세계가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주창한 보호주의에 기반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즉 미국 중심의 정책은 생산·투자·소비가 동반 감소하는 '트리플 쇼크'에 더하여 탄핵정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경제를 더욱 옥죌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의존적이며, 특히 미국에 의존적인 한국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당장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가 발등에 떨어질 불이 될 것을 걱정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큰 걱정이었다. 트럼프는 동맹국의 안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으며 이는 '동맹국의 미국에 대한 착취'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6년 당시 한국이 부담한 9,400억 원의 방위비 분담금은 어느 속도로 어떤 규모로까지 커질지가 큰 걱정이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리스트]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기업은 어딜까? 1896년 서울 종로에 ‘박승직상점’으로 처음 문을 연 124세 두산그룹이 최고 어른이다. 우리나라엔 동화약품, 신한은행(이상 1897년), 우리은행(1899년), 몽고식품(1905년) 등 8개 기업이 생존해 있는 100세 이상 기업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0년 이상 생존 기업은 일본이 3만3079개로 가장 많고 미국은 1만2780개, 독일은 1만73개에 이른다. 일본은 백제인 유중광이 578년에 창업한 사찰 건축 전문기업 ‘콘고구미(金剛組)’라는 1441세 나이의 최고령 기업도 보유하고 있다. 오래된 기업의 수가 적은 만큼 기업 평균수명 또한 우리나라는 길지 못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 평균수명은 28년에 그친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나라는 ‘30년 이상 된 기업’을 장수기업으로 칭한다. 이명래고약, 말표고무신, 도루코면도날, 캉가루구두약, UN성냥, 이태리타월 등의 토속 브랜드들과 이들의 제 조기업들은 명맥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그 명성은 대부분 추억으로 남아 있다. 1957년 설립된, 여성속옷 브랜드 ‘비비안’을 보유해 오랜 기간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리스트] 최근 연 2주에 걸쳐 일본 오사카와 시즈오카에서 4회 개최된 방탄소년단(BTS) 공연에 21만의 일본 관객이 모여들었다. 티켓 정가가 1만1,340엔(약 12만 원)이니 그들은 일본에서 공연수익만도 최소 25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14일 시즈오카 공연은 일본 전역 277개 영화관에서 ‘라이브 뷰잉’으로 생중계돼 일본 팬들을 열광케 했다. 한류가 경색된 한일관계의 빗장을 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6일간 일본에 머물며 일본 정부가 한국에 수출규제 대상으로 묶은 3개 소재의 ‘긴급 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귀국 직후 긴급 사장단 회의에서 장기전을 대비한 비상대책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포브스(Forbes)> 평가 세계 기업 순위 14위로 일본 기업 중 삼성전자보다 우위인 기업은 12위인 토요타자동차뿐이었다. 그런 삼성전자의 이 부회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으로 달려가 소정의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감성’으로, 이재용은 ‘이성’으로 빗장 푸는데… 그런데 한일관계 경색을 앞장서 풀어야 할 외교부장관은 일본이 아닌 아프리카로 날아갔다. 청와대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리스트]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표하는 통계상의 숫자는 증빙이 가능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더욱이 정책결정에 활용되어야 할 통계 숫자는 더욱 더 객관적이어야 한다. 발표자의 입장에 따라 유리한 잣대를 들이대고 주관적으로 해석한 통계 숫자를 공개해선 안 된다. 때로는 잘못된 통계 숫자로 인해 정책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데도 '아니면 말고'식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통계발표를 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8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사상최대로 더웠다는 지난해에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48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전국인구통계조사를 보면 질병관리본부의 발표 숫자에 의문점이 발견됐다. 행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8월 2개월간의 사망자수는 과거 10년의 같은 기간 평균대비 7,060명이나 많았다. 물론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아니지만 사상최대의 폭염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질병관리본부의 사망자수는 전국 500개 응급실에서 '온열질환' 판정을 받은 사람 중 사망한 사람의 숫자였다고 한다. ‘온열질환’이지만 다른 지병이 있어 그 지병으로 사망 처리되었거나 500개 응급실외의 사망자 숫자는 사실상 누락되었던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리스트] 남북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사상 초유의 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미국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물론 여러 가지 점에서다. 남북미 세 정상이 DMZ에서 한 자리에 함께 선 것 자체 또한 역사적인 일이고 베트남 회담이후 고착상태인 북한비핵화의 물꼬를 다시 틀어 한반도평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일이 외국이 아닌 우리 한반도 땅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한미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회의적 시각이 있던 차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이 전례 없이 굳건하다’는 확신 가득한 언급 후에 DMZ를 방문, 한국군과 미군을 함께 위문한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렇게 30일 판문점에서 일어난 사상초유의 사건은 나름 역사적 의미를 남겼지만 아쉬움도 있다. 북미정상회담 장소에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자리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있겠지만, 한반도 분단의 상징 DMZ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자리에 자국 대통령이 들러리를 서는 듯한 장면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혹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