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기자] 여행 길에 오르다 보면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형태의 가로수 잎들, 도로 위 외국어 간판들, 화려한 색상의 두건으로 틀어 올린 헤어 스타일 등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특히 서양권 나라에 가면 섬유와 건축물의 화려하고 특이한 패턴 문양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알록달록한 패턴들은 지루한 일상에 다채로움을 불어 넣어준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면직물 공업이 발달했다. 증기 기관 기술이 실을 뽑아내는 방적 기술에 적용이 되며 생산성이 극대화되었다. 18세기 중반부터 영국이 산업화 되어가며 생산성과 실용성에 상당한 중점을 두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디자인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갔다. 거칠고 투박한 공산품들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기계들이 수공업을 대체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윌리엄 모리스는 이에 대한 반항이 거세 졌고 이에 대한 반동으로 예술 공예 운동을 펼쳤다. 덕분에 예술성이 짙은 수공예품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윌리엄 모리스는 영국 출생 디자이너, 시인, 소설가였다. 그는 중세 길드들의 수공예 기술을 부활시키며 섬세하고 장식적인 요소들을 강조했다. 시각적 아름다움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여행 대리 만족을 위해 2013년에 방영되었던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을 최근에서야 다시 봤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승기의 명언이 있다.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 가기 위해 이승기는 영어로 더듬더듬 물어보며 시내로 가는 방법을 묻는다. 하지만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다. 낯선 땅에서 숙소 하나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길을 안내해야 하는 선배들 4명까지 있으니 부담감이 훨씬 크다. 성격 급한 이미연과 윤여정이 기다리다 지쳐 이제 확실히 아냐고 묻자 스마트한 이미지였던 이승기는 트램 “6번 정도 타면 돼요”라고 답하며 모두에게 폭소를 안겼다. “6번 정도” 라는 애매모호한 답이 웃기지만 여행이라는 맥락 안에서는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다. 낯선 땅을 밟게 되는 순간 나의 모든 것은 백지장 같은 기본 상태로 변하게 된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언어, 익숙했던 길, 동네, 사람들의 외모, 제스처와는 상반되는 생소한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여행은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되는 좋은 기회이며, 예술가에게도 매우 중요한 영감의 통로다. 19세기로 전환 될 무렵 유럽에서는 작가들이 새로운 세상을 캔버스에 담기 위해 타지의 이국적인 문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화한다 해도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는 진리는 변치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을 떠나게 되면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창작 동굴로 들어가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형태, 색감 혹은 재료를 통해 슬픈 마음을 달랜다. 자화상을 좋아했던 작가들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치고, 그 당시의 침울하고 비통한 무게를 덜어내는 노력을 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초기 작 <자화상>은 바람둥이로 소문이 난 매력적인 피카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피카소는 여성들에게 인기도 많고 동료 예술가들과 자주 열띤 논쟁을 벌일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인물이다. 하지만 자화상 속 피카소는 50대가 넘은 기력 없는 아저씨 같아 보인다. 사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피카소는 고작 스무살 밖에 되지 않았다. 자신을 초췌한 외모로 그린 이유는 사랑했던 친구 카사헤마스를 잃었기 때문이다. 카사헤마스는 피카소와 함께 파리에 와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무명 시절을 함께 보냈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창작활동을 해 나갔지만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카사헤마스는 사랑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적인 소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5월은 완연한 봄이 온 따스함이 느껴지는 달이기도 하며 가정의 달이니 만큼 가족 행사나 프로모션이 많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 보인다. 가정의 달은 20세기 중 후반 점차 핵가족화 되어가는 현상 속에서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자 사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가정은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여 만든 작은 사회이며,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 그리고 더 나아가 건강한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점차 나노 (nano) 사회로 변해가는 사회적 현상 속에서 가족이라는 개념이나 공동체적 유대감이 저하되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하는 개인의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매년 초에 출간되는 트렌드에 대한 도서들도 개인화에 중점을 둔다. 타인 혹은 공동체에 나를 흡수시키기보다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요즘이다. 근대 미술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가는 주체성에 집중하며 내가 그리고 싶은 주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한다. 서양 근대 미술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이름들은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폴 고갱 등이 있다. 하지만 파올라 모더존-베커의 이름은 아직도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요즘 같은 봄날 파릇파릇하게 피는 나무의 새싹과 만개한 꽃을 보면 기분이 한층 싱그러워진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앙상한 가지들을 보며 언제 봄이 오나 했는데 올해도 어김 없이 찾아왔다. 목련과 벚꽃, 돌 틈에서 자라나는 민들레를 보면 어느 것 하나 차별 없이 예쁘다. 외형적 특성이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왜 아름다운지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뾰족하게 언어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판단하는 정답은 없고 그것을 인식하는 개인들만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 작품들을 알아가다 보면 어떤 작품은 조금 망측 하거나 어두운 메시지를 담지만 작가 심연의 깊이감으로 인해 아름다운 향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은 매끈하고 그럴듯한 형태로 시선을 빼앗지만 그 깊이는 오래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데에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개인의 자율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예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상상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예술가들은 예술이 어떠한 궁극적인 목적을 떠나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탐닉할 수 있는 영역으로 존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예술관을 탐미주의라고 불렀으며 “예술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어떤 미술 작품을 좋아하세요?” 질문을 던져 보면 사람들은 대게 특정한 시대의 작품이나 특정 작가 인물을 답한다. 대게 고전적인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이나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이나 고전주의를 얘기하고, 조금 더 모던하고 주관적인 개성과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상주의,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를 말한다. 하지만 영국 미술 중 라파엘 전파를 콕 집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미술사 책에서도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특히 국내에서는 전시로도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다. 아마 라파엘 전파 작품만큼 고전미와 근대 미를 잘 어우러지게 섞어서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낸 것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치 요즘 현대 시대에 레트로 감성을 절묘하게 잘 섞어서 현대적 감각과 세련미를 잘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라파엘 전파는 영국 19세기 중반 젊은 예술가들이 창단한 새로운 예술 그룹이다. 멤버는 윌리엄 홀먼 헌트, 존 에버렛 밀레이,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를 포함한 7명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배워 왔던 식상한 예술의 개념과 스타일에서 완전히 탈피하길 원했다. 라파엘 이라는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