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자 늘어나는데 훼손 도주 잇따르고…감시도 허술
‘전자발찌’ 훼손 도주 최근 서울서 2건…관리 인력 태부족
“관찰관 추가 350명 필요…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고려해야”
[시사뉴스 임택 기자]최근 성폭력 관련 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끊거나 송수신기를 버리고 달아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자발찌 제도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범죄자와 살인범죄자를 대상으로 전자발찌 착용을 의무화한 제도가 도입된 2008년 9월 이후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50건에 이른다. 관찰관 1명 당 전자발찌 착용자 10명을 관리 감독해야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착용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할 수 있다.
◆일주일 사이 전자발찌 착용자 2명 도주
지난 2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사는 정모(31)씨는 자신의 집에서 전자발찌를 자르고 달아났다가 이틀 만에 붙잡혔다. 정씨는 여자친구와 차를 마시다 전자발찌의 진동소리에 망신을 당해 가위로 전자발찌를 잘랐다.
닷새 뒤인 7일에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전자발찌 착용자인 박모(39)씨가 자신의 겉옷에 넣어둔 전자발찌 휴대용 추적장치를 버리고 달아났다.
박씨는 전자발찌를 자르는 대신 전자발찌와 함께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하는 휴대용 추적장치인 송수신기를 버리고 달아나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이렇듯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는 성범죄 이력을 가진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관리감독의 눈을 피해 달아날 수 있는 상황이다.
2008년 9월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자발찌 착용 누적 인원은 3000명이 넘었고,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50건에 이른다. 정부는 전자발찌 훼손을 막기 위해 발찌 재질의 강도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훼손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
◆관리 인력 부족…최소 350명 충원 필요
현재 전국의 전자발찌 착용자는 1826명. 이들을 관리하고 감독해야할 보호관찰관은 191명이다. 수치에서도 드러나듯 보호관찰관 1명당 전자발찌 착용자 10명을 감독해야하는 형편이다. 이들은 전자발찌 착용자 뿐 아니라 평균 50~60명의 일반 보호관찰 대상자도 담당하고 있어 사실상 전자발찌 신호에 의존하고 있다.
2008년 9월 이전 재판으로 현재 형을 살고 있는 범죄자와 이후 출소해서 3년이 안된 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착용이 소급적용 되면서 앞으로 전자발찌 착용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보호관찰관 1명당 평균 5명의 전자발찌 착용자를 감독하고 있다. 이들은 전적으로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감독 업무만 담당한다. 전자발찌 제도가 없는 필리핀의 경우에도 보호관찰관 1명이 평균 40여명의 일반 보호관찰 대상자를 담당하고 있어 업무량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우리도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감독해야 할 보호관찰관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무부 관계자는“전자발찌 착용을 소급 적용 중이라 앞으로 전자발찌 착용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들을 모두 관리하기 위해선 최소 35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훼손 막을 특수재질로 제작…근본적 제도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나는 범죄에 대해 전자발찌 자체의 하드웨어적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생활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가위 등으로 발찌 절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질의 강도를 보다 높여야 하고, 재택감독장치와 휴대용 추적장치 등 관련 구성품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송수신기가 내장된 일체형 전자발찌를 개발할 예정이지만 보급까지는 다년간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권침해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훼손을 막기 위해 특수재질을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일 가위로 전자발찌를 자르고 도주한 사례와 같이 현재 전자발찌는 일반적인 수단으로 훼손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전자발찌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특수제질을 이용해 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가 전자발찌 착용자 중 재범 우려가 높은 범죄자에 대한 자료를 경찰에 제공해 우범자 관찰보호를 강화하고 주거지 주변에 대한 순찰을 강화할 수 있도록 협업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경찰이 범죄 예방 차원에서 적극 개입할 경우 인권침해에 대한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제도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발찌란?
전자발찌는 재택감독장치와 부착장치(전자발찌), 휴대용 추적장치(송수신기)로 구성돼 있다. 전자발찌 제도 시행 당시 성폭력범죄자에 한해 시행됐으나 2010년 7월 살인이나 미성년자 유괴범까지 착용대상이 확대됐다.
초기 부착장치는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졌으나 훼손 사례가 늘어나자 철심과 플라스틱으로 내구성을 강화했다. 2012년부터는 스테인레스 스틸 강판으로 만들어진다.
전자발찌 착용자는 거주지에 설치된 재택감독장치와 3~4m, 실외에서 휴대용 추적장치와 부착장치 간 10m 이내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이 간격을 벗어나게 되면 진동을 통해 전자발찌 착용자에게 경고를 하게 된다. 또 휴대용 추적장치를 충전하지 않을 경우 저전력경보도 이뤄진다.
이 휴대용 추적장치는 평균 25시간 사용이 가능하며 일반 스마트폰 충전기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고의로 충전을 하지 않을 경우 특정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상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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