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로레는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미카엘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들을 사귄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국내 두 번째 정식 개봉작으로, 2011년 제작된 작품이다.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일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 <톰보이>는 생물학적 성의 정체성에 따른 사회적 성의 질서나 규칙을 거부하는 소녀의 성장기를 담았지만, 이 같은 테마를 가진 기존 영화와는 차별화된 시선을 보여준다. 짧은 머리에 짧은 바지, 민소매를 입은 로레는 이사온 동네에서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또래의 리사에게 미카엘이라는 거짓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10살이라는 로레의 나이는 사회화의 기로에 서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중성적이다. 어떤 면에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 또 어떤 면에서 그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손가락을 빠는 로레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나도 어릴 때 손가락을 빨았지만 나중에도 계속 그러면 그건 이상한 것이다”. 로레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남자인 그들처럼 윗옷을 벗고 침도 뱉는다. 여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도 하고 여자 친구와 로맨스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비밀 작전을 위해 범인의 접근이 유력시 되는 10대 소녀 소피의 집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이웃에 잠복한 CIA 요원 JJ와 바비. 하지만 소피는 우연히 집 안의 카메라를 발견하고 CIA 요원의 정체를 알게 된다. 1994년 <총알탄 사나이 3>로 데뷔해 <첫 키스만 50번째> <겟 스마트> 등으로 알려진 피터 시걸 감독의 신작이다. 전형적 캐릭터와 전개 <마이 스파이>는 1990년대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파이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구조의 고전적인 가족 코미디 액션물이다. 근육질의 CIA 요원 JJ는 거친 세계에서 작전밖에 모르고 살아온 상남자지만 순수하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다. 반면 엄마와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와서 친구들에게 소외되고 외로움을 느끼는 깜찍한 10대 소녀 바비는 JJ와 거래하고 조정할 정도로 영리하다.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세계에 소속돼 있지만 어항을 안고 다니는 JJ와 비밀 작전을 단번에 꿰뚫는 당돌한 소피의 케미는 영화 <레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이용대상으로 시작해 우정을 나누고, 서로의 외로움을 채우며 가족이 되어가는 두 사람의 유쾌한 에피소드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평범한 소시민인 마일즈는 인터넷 세상에서 악플로 ‘센척’하다가 현실 세계의 폭력에 휘말린다. 강렬한 사운드와 스타일리시한 총격전, 유머러스한 대사와 욕설이 난무하는 피 튀기는 코미디 액션물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역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주인공 마일즈 역으로 출연했다. 양손에 권총이 박힌 마일즈 직장 상사에게 시달리고 천식 흡입기를 달고 살며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은 마일즈의 유일한 스트레스 탈출구는 퇴근 후 집에서 ‘스키즘’을 관전하는 것이다. ‘스키즘’은 실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리얼 살인 게임’을 중계하는 불법 사이트다. 마일즈는 ‘스키즘’에 허세 가득한 악플을 남긴 이유로 운영진의 습격을 받아 강제로 ‘스키즘’의 살인 게임 한복판에 던져진다. 영화의 매력은 초반 캐릭터 묘사에 있다. 하루 아침에 양손에 권총이 박힌 마일즈는 핸드폰을 확인하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바지를 입는 모든 일상의 행위가 어려워진다. 실제로는 사람을 죽이기는커녕 총 한번 쏴본적이 없는 그는 갑자기 자신과의 살인 대결을 위해 찾아온 닉스를 피해 달아나기 바쁘다. 목욕가운에 속옷 차림, 커다란 곰발바닥 슬리퍼를 신은 마일즈의 얼간이 같은, 하지만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나치를 찾아 원수를 갚기 위해 기억을 재구성하는 유대인 노인을 따라가는 스릴러다. <나이브스 아웃>의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출연했다. 7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31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 등 세계 10여 개의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됐으며, 38회 밀밸리 영화제 월드시네마 은상과 30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가해자들의 태도 은퇴 후 요양병원에서 조용한 삶을 사는 거트만은 현실에 대한 인지력이 오락가락하는 치매 노인이다. 같은 요양병원의 친구 맥스는 그에게 편지를 전달해 거트만이 잊고 사는 기억을 일깨워준다. 편지는 자신이 치매이며 일주일 전 아내가 죽었고, 자신의 일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 나치 전범을 찾아 복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거트만이 가진 치매라는 핸디캡은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의 복수극인 <아이덴티티>를 연상시킨다. 치매는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메시지인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효과적 장치다.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에서 기억은 역사를 의미한다. 영화는 나치의 역사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가치관에 대한 노골
영화사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누벨바그의 아이콘인 장 뤽 고다르의 예술과 사랑,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 현직 감독의 전기영화라는 이례적인 선택으로 눈길을 끈다. 2017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토론토국제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 초청, 2018년 세자르영화제 총 5개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혁명의 시대, 논쟁과 고민 혁명의 중심에 서 있던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 거리시위에 참여한 고다르는 경찰에게 쫓기고 넘어지며 혼란스러운 삶의 한복판에 서 있다. 고다르의 부인이었던 배우 겸 소설가 안느 비아젬스키의 회고록 <1년 후>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예술가이자 사상가, 연인, 남편으로서의 고다르 모습을 포착했다. 혁명가이자 혁명 같은 예술, 고민과 논쟁으로 이어진 고다르의 행적과 사랑을 고다르 영화의 명장면들을 변주하며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펼쳐보인다. 영화의 독특한 점은 자유분방하고 발칙한 고다르의 예술세계처럼, 전기영화에서 그것도 실존하는 전설적 감독을 담은 영화로서는 과감하게 조롱과 존경이 교차된다는 것이다. 2년간의 결혼 생활 후 이혼한 고다르의 전처가 원작자라는 면에서 충분히 짐작되듯, 이 영화에서 인간 고다르는 미화되
오아시스의 끝에서 홀로서기까지, 로큰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론트맨 리암 갤러거의 무대 뒤 진짜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리암 갤러거가 오아시스 해체 이후 겪었던 혼란과 결코 멈출수 없었던 음악적 행보에 대한 무대 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로큰롤스타의 모든 것 리암 갤러거는 이번 영화에서 2009년 해체된 오아시스와 형 노엘 갤러거를 향한 진심, 이후 비디 아이로 활동하며 겪은 고충, 언론과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생활 문제로 힘들었던 순간을 자신의 목소리로 여과 없이 드러낸다. 또한, 솔로 1집 앨범 (As You Were) 준비 과정,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는 투어 공연 장면 등 로큰롤 스타의 모든 것을 담아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솔직함이 돋보이는 인터뷰로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낸다. 특히 평소 말과 행동에 거침없는 강인한 이미지의 리암 갤러거가 긴 방황을 함께 이겨내 준 가족과 지인들에게 표현하는 고마움과 아들이자, 아버지로서의 일상생활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리암 갤러거는 정규 앨범 7장 모두발매와 동시에 영국 차트 1위에 오른 신화 같은 기록을 세운 최고의 록밴드 오
1차세계대전 당시 함정에 빠진 아군 1,600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적진을 넘어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가는 젊은 두 영국병사의 사투를 그렸다.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베테랑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미국감독조합, 미국 아카데미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자본과 테크닉의 과시 <1917>은 놀라운 전쟁영화다. 전쟁 속에서 개인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존 영화에 없었던 리얼한 묘사와 기술적 충격을 준다는 면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킨다. 영화는 철저히 주인공의 시점에서 경이적인 롱테이크로 진행된다.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 같은 1인칭 시점은 전쟁이라는 대서사에 놓여진 개인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영화 속 현장을 대리체험하게 만든다. 매 장면 엄청난 제작비와 기술적 완성도를 자랑하며 단순한 스토리인데도 관객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1917>이 관객에게 제공하는 가상현실 체험 같은 리얼함은 기술적 사실감을 말하는 것이지 전쟁의 본질을 꿰뚫는 성격의 리얼함과는 거리가 멀다. 정교하게 재현한 1차세계대전
상상 속 히틀러가 유일한 친구인 열 살 겁쟁이 소년 조조의 이야기.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올해의 영화 ‘TOP 10’에 선정됐으며, 제44회 토론토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아역배우상, 제3회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각색상을 수상했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12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총 23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사회적 이념에 전도되는 개인 제2차세계대전 말기 엄마 로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열 살 소년 조조는 원하던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지만 ‘겁쟁이 토끼’라 놀림 받는 외톨이다. 조조의 유일한 위안은 ‘상상 친구’ 히틀러다. 어느날 집에 숨어 있던 유대인 소녀 엘사를 발견한 조조는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당황한다. 크리스틴 뢰넨스의 소설 <갇힌 하늘>을 직접 각색한 와이티티 감독은 참혹한 전쟁 상황 속 열 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 상을 유쾌한 정서를 바탕으로 묵직하게 풀어냈다.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유쾌함과 슬픔이 공존하는 대중적 이면서 작품성이 높은 홀로코스트 영화다. 와이티티 감독은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암울한 배경으로 비극과 풍자적 코미디 사이의 균형을 잡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 최초 세 번 연속 입성, 그래미 어워드 총 18번 수상 등의 압도적 이력을 가진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에릭 클랩튼의 음악과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제작한 릴리 피니 자눅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초성공과 비극을 오가는 삶 블루스 록의 선구자이며 ‘Clapton is GOD’이라는 문장이 유행할 정도로 시대가 열광했던 불멸의 뮤지션이었던 에릭 클랩튼의 음악과 삶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영화는 비극적인 가족사, 세기의 사랑, 알코올 중독 그리고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 등 성공과 비극을 오가며 기타를 통해 다시금 일어선 에릭 클랩튼의 일대기를 따라간다. 1966년 에릭 클랩튼은 슈퍼 밴드인 ‘크림’을 조직한다. 최고의 기타리스트인 에릭 클랩튼을 필두로 베이스에 잭 브루스, 드럼에 진저 베이커가 합류하며 트리오 밴드로서 이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후 또 다른 슈퍼 밴드인 ‘블라인드 페이스’와 ‘델라니 앤 보니 앤 프렌즈’를 거쳐 ‘데릭 앤 더 도미노스’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올맨 브라더스의 두에인 올맨도 이때 밴드의 객원 기타리스트로 참여하
원하지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와 그녀의 초상화를 의뢰받은 화가 마리안느의 불꽃같은 삶과 사랑, 예술을 그린 퀴어 시대극이다. 72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영화 <기생충>과 접전 끝에 2관왕을 수상했으며, 이외에도 시카고국제영화제 2관왕을 비롯, 각종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며 호평받은 화제작이다. 계급을 초월한 평등한 관계 여성 화가 마리안느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의뢰받는다. 초상화는 밀라노에 있는 정혼자에게 보내기 위한 것으로, 초상화를 보고 결혼이 결정되는 것이다.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마주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돈다. 결혼이라는 정해진 길을 거부하는 엘로이즈는 초상화를 위한 작업에 협조하지 않고, 마리안느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녀를 은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경계심을 가지고 서로를 지켜보던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서로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끼고 내면의 불꽃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하지만 18세기는 여성에게 제약이 많다. 사랑은 물론, 여러 가지 선택들이 여성에게 불가능한 수동적인 삶이 강요됐다. 결혼 대상자 뿐만 아니라 여성 화가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대상마저 제한적이다. 마리안느는 아버지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광기의 예술가, 비운의 천재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신화가된 화가 고흐의 생애 마지막 나날을 그렸다. 미술계의 거장이자 <잠수종과 나비>로 제60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줄리언 슈나벨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고흐를 연기한 윌렘 대포가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예술을 통한 승화 생전 무명으로 가난에 시달렸지만, 사후에는 가장 대중적인 화가가 된 고흐의 생애는 여전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부분이 많다. 그의 그림이 가진 매력에다 이 같은 드라마틱한 삶이 겹쳐지면서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고흐가 유독 소설과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인간 고흐의 삶을 그렸다. 1988년 가난과 고독 속에 살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운명의 친구 폴 고갱을 만나 프랑스 아를의 노란 집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고흐는 고갱과 함께 예술적 공동체를 꿈꿨지만 상반된 성격과 예술관의 차이로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2개월여 만에 고갱이 아를을 떠나자 더 큰 고독에 빠지게 된 고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몰두하며 예술을 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친구의 자살, 학교폭력, 원조교제, 가족과의 이별 등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질 곳 없는 네 인물이 만저우리에 있는 동물원의 코끼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후보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자 마지막 영화로 소설가로도 활동했던 감독이 쓴 소설을 원안으로 했다. 절망의 끝에서 꿈꾸는 곳 영화화는 청소년, 청년, 노년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새벽에서 해 질녘까지 각자의 하루와 연결되는 과정을 세밀하고 감성적으로 담았다. 하루가 234분의 러닝타임 동안 표현되는 만큼, 영화의 호흡은 느리고 섬세하다. 모두가 탈출구가 없는 암울한 상황에 놓인다. 그 답답한 현실을 표현하는 데 긴 러닝타임이 어울린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그만큼 세밀화를 그려냈기 때문이지만, ‘긴 하루’라는 표현을 직설적으로 하는 듯한 장치기도 하다. 친구의 부인과 불륜인 위청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가 눈앞에서 자살하는 상황을 경험한다. 웨이부는 학교폭력에 대항해 자신이 밀친 가해자가 계단에서 굴러 위독한 상태에 빠지자 도망쳐 나온다. 학교 교사와 원조교제를 하고 있는 황링은 자신의 원조교제 사실이 전교생에게 공개된다. 퇴역 군인 왕진은 딸 부부, 손녀와 함께 살던 삶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남편과 이혼하고 우울증으로 아들마저도 떠날 위기에 처한 리지는 파티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이 룰라에게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2008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마크 오브 엔젤>의 리메이크로,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주인공 누미 라파스가 주연을 맡았다. 사운드를 이용한 심리적 압박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사실을 접할 때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영화는 우연이 겹치고 극적이며 비현실적이라는 암시다. 하지만, 알고보면 현실은 영화보다 더욱 ‘법칙’이나 ‘상식’에서 벗어날 때가 많다. 논픽션의 대부분은 픽션을 차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창작자로서는 안타깝게도 영화보다도 드라마틱한 현실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오히려 현실보다 맥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동차에 깔리기 직전인 아기를 구하기 위해 엄마가 초능력을 발휘해 맨손으로 자동차를 순식간에 들어올렸다는 현실은 충격적이고 감동적이지만 영화에 그대로 등장하면 황당무계한 3류 설정이 돼버리기 일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엔젤 오브 마인> 또한 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을 모르고 본다면 막장드라마 같은 개연성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