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BBK 사건 수사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 발의로 김홍일 서울지검 3차장과 최재경 특수1부장, 김기동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 절차가 시작됐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에 보고된 탄핵소추안은 보고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즉 오는15일 오후까지는 처리되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자동 폐기된다. 이에 따라 대통합민주신당은 오는14일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검찰을 협박하는 정치테러일 뿐"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처리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양측의 충돌까지 우려된다.
◆신당 "14일 투표" 강행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모든 권한을 다 동원해 BBK 수사 잘못된 것을 다 밝혀내겠다"면서 "다른 정당과도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며 "재적과반수 확보에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신당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국민은 정치를 불신하게 됐다"며 "중요한 것은 원인이 어디있느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번 국회가 시작부터 "한나라당의 일방적 의사일정 협의 거부로 파행을 거듭해왔다"고 책임을 물으면서 "심지어 임시국회가 개회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제(11일)는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고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등 이명박 후보뿐만이 아니라 한나라당은 불법, 탈법이 체질화 되어있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같은당 송영길 의원도 "지난날 한나라당이 신승남 전 총장 등 검찰총수 및 검찰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표결에 부쳐 부결된 바도 있다"며 "검찰총장도 아니고 수사팀들의 공소권 남용에 대한 탄핵안을 야당이 힘으로 저지한다면 스스로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 "강력 저지" 반발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부대표는 논평을 통해 "수사검사가 특정 정당에서 요구하고 지적한 사항을 수사하지 않았다고 위법행위냐"며 "검찰을 협박하는 정치테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탄핵이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위법행위를 해야 가능한 것인데 신당이 내놓은 탄핵 사유를 보면 위법행위가 아니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게 수사한 부분에 대해 부분 수사를 제대로 안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대한민국 판, 검사가 다 탄핵대상이 될 것이다"고 비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 개회 직전 열린 의총에서 신당 원내대표와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임시국회가 비록 신당이 단독으로 소집 요구를 했지만 개회는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해서 저희가 그러면 개회는 하게 해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탄핵소추안 발의보고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오는 14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제한 후 "우리들이 탄핵소추 발의안에 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몸으로 저지할 것인지, 아니면 표결로 저지할 것인지는 그때 상황과 다른 당들의 태도를 종합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소추안은 보고 뒤 24∼72시간에 무기명 표결을 통해 재적의원(299석)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의석 141석의 신당은 검사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인 150석을 채우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등에 지원을 요청했고 한나라당 역시 이들 정당에 "신당이 대선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는 탄핵소추안 등에 동참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민노-민주 "비협조"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민노당과 민주당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해 검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BBK 특검법안과 국조 실시에 대해서는 찬성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법사위 청문회를 통해 수사과정에서 위법한 사실이 있었는지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며 "신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탄핵소추안은 문제가 있다"고 비틀었다. 그는 이어 "신당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위한 절차를 거치려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며 "청문회를 통해 위법 사실이 밝혀지면 그때 표결을 통해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최인기 원내대표도 "검사들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는지는 법원의 최종판결로 판가름날 수밖에 없으며 국회가 예단할 일이 아니다"면서 "수사주체인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검찰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BBK 사건'수사진에 대한 통합민주신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에서 임채진 검찰총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검사의 정당한 직무행위를 문제 삼은 탄핵소추발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모았다.
임 총장은"검찰은 김경준의 송환 이후 법과 원칙에 따라 오로지 '무엇이 진실인가' 만을 생각하며 이 사건 수사에 임했다"면서 "수사한 결과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배제하고 나타난 사실을 가감없이 '있는 것은 있다. 없는 것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한 검사들을 상대로 한 탄핵소추 발의에 대해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으로서 심히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탄액소추 발의에도 불구, 검찰은 흔들림 없이 원칙과 정도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