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도착 예정시간인 6시30분보다 1분쯤 앞서 청와대 본관 1층에서 기다렸고 오후 6시 30분께 이 당선자가 카니발 차량을 타고 본관 현관 앞에 도착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의 영접을 받고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현관 안쪽에서 기다리다 "어서 오십시오"라고 인사했고 이 당선인은 "나와 계시네요"라고 답했다. 첫 만남에서 두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듯 농담섞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노 대통령은 "차가 아주 특별하게 생겼네요?"라고 말을 건넸고, 이 당선자는 "경호실에서 사람을 보내주셔서요"라고 화답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그게 당연하게 하도록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나도 당선되고 나서 바로 그렇게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2층 백악실로 들어서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내 마음에는 당선인이 나보다 더 윗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전은 아직 제가 가운데로 되어있나 보다"며 "퇴임 후에 오는 일이 있으면 제가 그 자리에‥"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 당선자는 "아이고 무슨 말씀‥" "임기가 다하셔도 선임자시니까 제가 선임자 우대하겠다"며 노 대통령이 가운데 앉도록 예우했다.
자리에 앉은 후 노 대통령이 축하인사를 건넨 뒤 "지금도 그때(당선자 시절)가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라고 회고하자 이 당선자는 "힘드시죠"라면서 재임 기간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이전도 힘들고 이후도 힘들고, 그 시간들이 힘들었습니다"라며 소회를 밝혔고 이 당선자는 "어려운 시기였으니까요, 격변하는 시기였으니까요"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을 우회적으로 조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당선자가 "5년이 빠르게 지나갔느냐 아니면 힘들게 지나갔느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좀 길게 느껴졌다"며 "중간에 다시 가다듬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없으면 5년은 길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4년이면 행정이나 절차상의 속도로 볼 때 초창기에 시작한 것이 자리가 잡히고 평가를 받을만한 시기"라로 언급하고 "그 과정에서 옥신각신하면서 평가를 받기도 하고 선거로 심판을 받고 그러면 몰라도 중간과정 없이 5년을 가는 것은 매듭이 없어 지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대통령께서 정당과의 관계가 그래서‥변화무쌍하지 않았습니까"라며 당과의 관계가 금간 부분을 건드리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 연장안이 통과됐는데 한나라당은 전원 동의인데‥ 아슬아슬하게 통과됐습니다"라며 대통합민주신당 상당수가 청와대의 뜻과 달리 파병을 반대한 부분을 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