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을 유출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청와대가 즉각 이를 수리하지 않는 것을 놓고 한나라당은"노 대통령이 옹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맹 비난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21일"너무나 당연한 사표를 왜 수리 않는지, 아니면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청와대를 강력 비난했다.
강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상한 행태에 국민 의구심은 증폭되고 있다"고 청와대 배후설을 지적한 뒤"더 지체하면 국민과 묵묵히 일하는 국정원 대다수 직원의 명예를 짓밟는 후안무치한 행태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김 원장도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형근 최고위원도 "국가 정보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해야 한다"며 "북핵 신고 문제가 지지부진하고, 북의 여러 동향도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국정원 기능을 더 충실히 해야 함에도 총체적 난맥상에 빠져있다"고 국가 정보 기능 부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국정원장 방북대화록 유출과 (김경준)기획입국을 둘러싼 (국정원) 내분 동향, 이명박 당선자 뒷조사의 윤곽이 드러나는 점 등 국정원 간부간에 서로 비판하고 해서 기능이 사실상 마비상태"라면서 "국정원장 후임을 새 정부가 임명할 때까지 이대로 가면 완전히 마비되고 표류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래선 안된다. 국정원 기능 수행을 위해 조속히 노 대통령이 결단 내려서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거듭 김 원장의 사표 수리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당차원에서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 국정원의 BBK핵심인물인 김경준씨 기획입국설 등 정황과 관련해 따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은 전날에도 "노 대통령이 김 원장의 사표 수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온갖 억측을 낳고 있고 당사자인 김 원장 본인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하겠다고 하는데도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이 사표 수리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청와대는 남북의 최고 정보기관 책임자가 단둘이 나눈 밀담이 국가 기밀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를 수긍할 국민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며"검찰도 이미 국가 기밀 내지 비밀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실질비성(實質秘性)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나 대변인은"설령 비밀이 아니라 가정하더라도 김 원장이 대화록을 배포한 행위는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으로 그것만으로도 사퇴가 마땅한 데도 노 대통령이 옹고집을 부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노 대통령이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는 몽니를 고집하니 '정상회담 대가설' 이니'북풍(北風) 기획설'이니 하는 온갖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논리를 폈다.
아울러 나 대변인은"노 대통령이 김 원장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사표를 수리하고 나면 그 다음 화살이 노 대통령 자신을 겨냥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김 원장이 저지른 명백한 국기문란 행위는 국기문란 행위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정상회담 대가설', '북풍 기획설'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국기문란 행위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더욱 의심받을 처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의 거취는 당분간 결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 원장이 이미 표명한 사의를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김 원장이 유출한 문건의 내용을 국가기밀로 단정하고 사표수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좀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분명히 위법이라면 사표를 수리해야겠지만 전문가 의견도 찬반양론이 있는만큼 최대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외부에서 의견을 듣고 있고 내부 검토도 계속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김 원장의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 검찰은 수사착수 여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인수위로부터 유출된 대화록 16페이지 분량의 문건 전문을 제출받아 '국가기밀성' 여부와 함께 내용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대선 전날 방북,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장을 만나 대선 향배와 방북 경위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때 작성된 대화록을 지난 15일 언론에 유출시킨 사실이 드러나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