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아니 전시상황 속 백병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선의 압도적 승리에다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상황에서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까지 성립돼 그 어느 때 보다 공천경쟁이 뜨겁다. 더욱이 달궈진 열기 속에서 터져 나온 공천살생부 파문은 친이-친박계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시한폭탄으로 카운트다운만 해왔던 양측의 갈등이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MB맨들로 불리는 이 당선인의 측근들이 줄이어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들이 노리는 지역구가 박 전 대표 진영의 현역의원들의 지역구와 겹치는 일이 속출하면서 마침내 탈당을 거론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원만한 국정수행을 위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 한나라당을 '이명박당'으로 환치시키는 것을 총선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한 '이심(李心)'은 이명박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이 현실화하는데 앞장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오는 7월 전대에서 당권을 움켜쥐고 나아가 차기 대권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궁리도 배여 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측은 대권을 넘겨준데다 당권마저 빼앗길 경우 당내 존립이 어렵다고 보고 박 전 대표를 앞세워 수성에 전력하고 있다.
◆朴의 복심 유정복 탈당하나?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복심으로 분류되고 있는 유정복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공천 갈등과 관련해 '탈당 불사' 의사를 밝혔다."탈당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유 의원은 지난 21일 '공천에서 친박 측에 뾰족한 대응 카드가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표는 정당개혁, 정치발전의 중요한 요체로 공천문제를 보고 있다"며 "이 부분이 잘못된다 할 것 같으면 지금까지 정말 애써서 이룩한 한나라당의 현재의 정치개혁이나 정치발전이 매우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호한 의지로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 측이 계파 형성 등의 구태 정치로 정치개혁을 후퇴시키려 한다는 이같은 입장은 공천에 대해 불만과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는 대다수 친박 인사들의 심정이다. 또 이는 탈당 가능성의 뚜렷한 명분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유승민 김재원 의원 등 대구, 경북 의원과 서청원 고문 등 수도권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강경파는 '공정한 공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당선인측이 박 전 대표 진영을 고사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탈당이 불가피하며 독자 창당까지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 친 박계 인사는 "투명한 공천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마저 거부된다면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을 이유가 없다"며 "탈당 후 독자창당까지 주장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다 일각에서는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종 카드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독자세력화를 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흐르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 측에서는 박 전 대표가 자유신당으로 적을 옮길 경우 당대표로 추대하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朴 탈당이라니 그분에 대한 모욕"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에서는 펄쩍뛰는 모습이다. 강재섭 대표는 지난22일 "박근혜 전 대표가 탈당을 고려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 분에 대한 상당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4월 총선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탈당설을 일축한 것이다.
강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는 원칙이 있고 정도를 지키는 정치인으로 어지러운 대선과정에서 승복하고 정권 창출 요소요소마다 훌륭한 행보를 보인 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부 (박 전 대표의) 측근 중에서 물갈이, 보복성 공천을 의심해 자꾸 말을 만드는 것 같은데 박 전 대표 생각과 전혀 다른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창간20주년 323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