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30일 잠적했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 중진연석회의에 불참했고 저녁엔 분당 자택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당 공천심사위에서 전날 부패 전력자에 대해 공천을 배제하기로 잠정 결정하자 이후 강 대표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한 측근은 "31일 잡혔던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며 "서울 시내 모처에서 2,3일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 대표는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맺은 '공정 공천의 원칙'과 신의를 공심위 주변 친이 인사들이 훼손한 것에 격노했으며 대표로서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당무 보이콧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간 '중재자' 역할을 무리없이 해온 강 대표로선 김무성 의원 등 친박(親朴)세력의 반발로 당내 공천 갈등이 재연되는 걸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부패 전력자 관련 규정과 관련, "정치에 있어 당헌 당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융통성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측근들을 전했다.
강 대표가 '정치적 신의'를 강조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당선인이 '신의'를 약속했으나 강경파가 이를 깨고 있음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자신의 '중립' 이미지를 지키고 박 전 대표 측을 다독거리려는 계산도 읽힌다.
그는 지난 6월 대선후보 경선 와중에서도 경선 규정과 관련해 당내 갈등이 빚어지자 대표직을 걸며 배수진을 친 바 있다.
이에 따라 강 대표가 "당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김무성 의원 등을 '구제'하는 쪽으로 논란을 정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에 앞서 정종복 공천심사위원회 간사는 "당헌 당규를 엄격히 적용하겠다"며 부패전력자를 공천신청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간사가 언급한 당규 3조 2항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박 전 대표 측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당장 공천심사 신청조차 받지 못할 수 있는 만큼 박 전 대표 측과 강재섭 대표는 합의를 깬 것이라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