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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한나라당, "내각 논란에 총선 망칠라"

김부삼 기자  2008.02.27 2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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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첫 내각을 둘러싼 논란들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이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당장 코앞에 닥친 총선에서의 역풍을 우려해 빨리 조치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새 정부의 내각 인선과 한나라당의 4.9 총선 후보자 공천 진행양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주목된다.
이명박 정부 초대 각료 내정자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과 허위 경력, 자녀이중국적 등 의혹에 휩싸여 자질시비가 일면서 새 정부가 출범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27일부터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고강도 인사청문회가 국회에서 진행된 가운데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사퇴요구를 받았던 박은경 환경부,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자진 사퇴'하는 등 초대 내각이 채 꾸려지기도 전에 후보자 3명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야당뿐 아니라 당내에서 일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시비 및 도덕성 논란에 대해 여론이 악화되자 총선 정국 핫 이슈로 부상해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 '교체하자'는 쪽으로 교감하고 이날 오전 전격 회동을 통해 승부수를 띄우는 등 하루종일 눈코 뜰새없는 긴장감이 정치권에 흘렀다.
먼저 이 대통령과 강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문제 장관 후보자들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남주홍, 박은경만은 안되겠다는 여론을 취합, 청와대로 들어간 강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이같은 여론을 전하고 "더 늦기 전에 문제 후보자들이 자진사퇴해야한다"는 긴박함을 전했다.
앞서 강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무산된 26일 밤 긴급 회의를 열어 '자진사퇴' 요구를 해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으며, 이날 오전 이 대통령에게 이를 직접 건의한 것.
이와 관련 이날 이 대통령이 주재한 첫 청와대 수석 비서관회의는 예정시각보다 1시간 늦은 오전 8시30분 시작됐으며 이 대통령은 회의 시작 후 30여분 후에야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오전 열릴 예정이던 한나라당 최고 중진연석회의가 취소된 것도 바로 이 대통령과의 긴급 회동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통합민주당 측에선 주초부터 자질과 도덕성 시비가 제기된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교체를 주장하면서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 등을 한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배수진을 쳤다.
청와대도 더이상 고집을 부릴 경우 총리 인준와 장관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가 모두 지연돼 정부 출범 초 국정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진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 때문에 이날 당청 회동에서 나름의 '고강도 대책'이 마련됐고, 특히 이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어쩔 수 없는 정치 현실이 가로막고 있지만 정치 안정을 위해선 의회 안정이 필요하다"고 언급, 사실상 민주당 등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은 오후 들어 예상됐던 결과로 흘렀다. 청와대가 당 지도부와의 논의에 따라 최소 1~2명의 장관 후보를 교체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오후 4시쯤 박은경, 남주홍 후보자의 사퇴의사가 있었고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새 정부 출범을 위해 두 분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면서 이를 즉각 수용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의 조찬회동에서 두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건의받은 뒤 오전 내내 이 문제를 놓고 고심했으며 그러던 중 두 후보자가 '새 정부와 청와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면서 사퇴 의사를 전해오자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민주당 측이 두 후보자의 자질 문제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이들 후보자들의 '교체'를 요구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이들 두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지연 등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정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는데 당청이 인식을 같이한 결과로 해석됐다.
실제 두 후보자의 사퇴 표명에 앞서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굿 뉴스(good news)'가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성 인재 '풀'이 극히 제한된 우리나라 상황에서 박은경 후보자의 사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면서 거듭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동관 대변인은 "오늘 두 후보자의 '용퇴'를 계기로 이젠 국회도 새 정부가 국정 공백없이 순조롭게 출범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원만한 국회 인준 처리를 당부했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창간20주년 325호 '특집'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