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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BBK유령' 4월 총선 후폭풍

김부삼 기자  2008.03.06 1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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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소위 'BBK' 정국으로 몰아넣은 김경준씨가 4.9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정치권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호영 특검의 수사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BBK 사건과 도곡동 땅, ㈜다스, 상암DMC 의혹 모두가 사실무근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저격수로 나섰던 통합민주당(당시 통합신당) 의원들에 대한 고소, 고발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의 줄 소환이 이어지고, 특히 김씨의 기획입국설(說)을 수사중인 검찰이 최근 김씨의 입국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진위여부에 따라 파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선기간 BBK의 쟁점이 당선이 유력시 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연루의혹 공방이었다면 이번에는 여권, 즉 사정기관인 국가정보원이 김씨의 입국을 기획했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대선기간 대통합민주신당 측의 BBK공세로 수세에 몰렸었던 한나라당 측은 정권을 잡은 마당에 기획입국설이 이슈화될 조짐을 보이자 신당의 후신인 통합민주당을 겨냥, '정권차원의 공작정치'를 모토로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형국이며 '대선을 전후에 한나라당이 이만큼 당했으니 이젠 통합민주당이 맞을 차례'라는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대선기간 한나라당이 제기한 기획입국 국정원 개입주장에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국정원을 더 이상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던 당국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다.
◆공세 역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는 지난달 21일 김씨의 입국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정호영 특검팀의 수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는 한편, 관련 수사를 재개하고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검팀의 "이명박 당선인 BBK 무혐의" 발표 여세를 몰아 통합민주당 측에 지난 대선기간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면서 "김씨의 기획입국설을 철저히 조사해 엄벌해야 한다"고 총공세를 펼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총공세와 맞물려 국정원 개입 여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권력기관의 대선개입 논란으로 번져 'BBK사건'은 대선에 이어 4월 총선 정국에서도 핫 이슈가 될 전망이다.
먼저 한나라당은 김씨의 기획입국설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시 집권세력의 뒷조사와 흑색선전을 자행했던 사람들은 조속히 수사해서 엄벌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기획입국설을 수사중이던 검찰은 전날 최근 로스앤젤레스 연방 구치소에서 김씨와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신모씨를 소환, "LA구치소에서 김씨가 국정원 직원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의 입국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이같은 진술은 지난해 12월 12일 기획입국 의혹을 제기한 정형근 의원의 주장을 사실상 뒷받침하는 것이다.
정 의원은 당시 국회 정보위 정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근무중인 김만복 국정원장의 핵심 측근이 김경준씨의 입국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김 원장이 이날 러시아로 출국하는 것도 중간에 평양을 들렀다가 LA로 건너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즉각 반박자료를 통해 한나라당의 의혹제기에 "유감"을 표하면서 "국정원에 대한 기획입국설 관여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국정원은 BBK나 김경준씨와 관련해 어떤 정보도 수집한 적 없고 김씨의 입국과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김 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서도 "정보기관장은 상호방문을 통해 협력 관계를 심화시키는 것이 관례로서 이번 러시아 방문도 오래전에 계획된 것인데, 그동안 수차 연기해 오던 중 12~14일간으로 일정이 잡힌 것"이라며 "이번 김 원장의 해외출장은 국내정치 일정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임에도 국정원의 정상적인 업무까지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한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 대선기간 한나라당에서 공작정치 분쇄투쟁위원회를 맡아 활동한 박계동 의원은 5일 <시사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에서 이번에 미국에서 LA연방법원 사건 기록부를 전달받아 분석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갈 것이고, 기획입국에 대한 당 차원의 조사는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그러나 "검찰이 기획입국설을 면밀히 조사하는데 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기획입국과 관련된 증인들을 한국으로 소환조사 하거나 검찰 수사관이 직접 파견되는 것도 어려워 조금 더딘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김씨의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 측은 이번 사건의 정치화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윤 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에 대한 3번째 공판에서 재판부는 "정치적 선입견을 배제하고 증거원칙에 따라 재판하겠다"며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 "이 재판을 정치적 목적으로 정치화시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김씨의) 충분한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신속한 재판보다 집중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창간20주년 326호 '커버스토리'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