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텃밭인 영남권과 서울 강남 지역 공천 심사 갈등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 공천신청 마지막날인 11일 접수창구가 마련된 여의도 당사는 하루종일 붐볐다. 첫날인 10일에는 230여명의 신청자들이 접수를 마감, 이틀간 모두 700여명의 신청자가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접수창구가 마련된 여의도 당사2층에는 은행창구에서만 보이던 번호표 기계가 배치되어 마치 은행창구를 연상하듯 "번호 몇번 나오세요"라는 목소리와 함께 신청자들은 자신의 번호가 호명되는 순간 이력서와 의정활동 계획서, 자기소개서 등 21종의 서류봉투를 들고 접수창고로 발걸음을 옮기는 등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한나라당은 현재 당 지지율이 50%대임을 고려해 전체 비례대표 54석 가운데 절반인 27석 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천심사위원회는 서류심사를 거쳐 오는 20일쯤 확정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선 안정권에 드는 후보로는 대선 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찬모 전 포항공대 총장과 이춘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송정호 전 법무장관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이 유력하다. 계파 안배 측면에서 박근혜 전 대표측의 안병훈 공동선대위원장, 이정현 전 특보 등도 앞번호를 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징적인 비례대표 1번 후보로는 이경숙 전 인수위원장이 유력한 가운데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배은희 리젠바이오텍 대표,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례대표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몫으로는 노선희 전 인수위 부대변인, 강월구 여성국장, 하윤희 부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 사무처 출신인 남준우 원내기획국장, 공호식 당무조정국장, 안홍 조직국장, 이상학 대구시당 사무처장 등은 공심위의 당직자 배려를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임향순 전 한국세무사회장이 첫날 공천을 신청한데 이어 조용근 한국세무사회장도 이날 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향순 전 회장은 호남향우회 전국연합 총회장 자격으로, 조용근 회장은 직능단체 대표자격으로 공천신청을 했다. 이들 두 전,현직 회장은 세무사의 권익보호를 위해 '세무사의 국회진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조용근 회장의 경우 지난 2월 세무사 법개정이 잘못된 법체계를 바로잡자는 것인데도 힘에 밀려 좌절되자 국회진출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독일 출신으로 귀화한 방송인 이참(54)씨가 비례대표를 신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된 필리핀 이주여성 헤르난데즈 주디스 알레그레(37)씨와 함께 '첫 귀화인 공천신청자'로 주목받고 있다.
교통문제 전문 시민단체인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소장도 접수를 마쳤다. 박 소장은 서울시 교통문화 개선과 관련해 줄곧 서울시에 조언을 해 왔으며 방송출연을 통해 대중적으로도 친숙한 인물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지역구 공천심사와 마찬가지로 접수와 함께 30만원의 심사비와 6개월치 특별당비 180만원을 납부토록 한 방침에 따라 공천수입으로만 최소 16억여원 정도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예비후보 신청 때도 1173명의 신청자들로부터 공천심사비 80만원과 1인당 당비 180만원씩 총 30억여원을 걷었던 것을 감안하면 '4,9 총선' 공천 과정에서 4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후보 신청자들은 공천 심사에서 탈락해도 심사료가 반환되지 않는데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 규정상 6개월간 당비를 낸 책임당원만 공천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공천심사비 외에 지역구 국회의원 월당비인 30만원의 6개월치를 책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