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손학규 대표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정면충돌해 공천이 파행으로 치달리고 있다. 박 위원장은 20일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한 상태이며, 일각에서는 공심위가 토사구팽 당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불거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공심위가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추천자 명단을 통보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하고 나선 것. 공심위는 특히, 비례심사위원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추천된 데 전면 반발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공천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지역구 공천심사에서 배제됐던 두 사람이 비례대표 후보들을 심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이들을 전략공천 형식으로 지역구에 공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심위는 당초 세웠던 공천심사 원칙이 훼손될 수 없으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공심위원들이 전원 사퇴할 수도 있음을 강력 시사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비례대표와 전략공천 문제는 당의 총선 전략에 직결된다는 이유에서 공심위에 전권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심위에 대해 '오버한다' 는 불만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비례대표 심사위 구성은 당헌; 당규상 당 공동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하는 것이라며 박 위원장에 대한 불쾌한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손 대표는 특히 박 위원장이 박경철 홍보간사를 통해 비례대표 추천심사위원회 구성에 반대입장을 기자회견으로 밝힌 데 대해 "당대표에게 직접 의견을 제시했어야 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박 대표도 비례대표 심사위원회 구성은 당헌 당규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손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이와 관련, 우상호 대변인은 비례대표 심사위원에 포함된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최고위원이 비례대표로 공천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박 위원장의 복귀를 촉구했다.
우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갖고"공심위에서 애초에 배제대상으로 선정했던 분들이 비례대표로 선정될 가능성은 없다. 특히 신계륜, 김민석 두 분을 비례대표로 추천할 계획과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백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공천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만큼 오해에 근거해서 갈등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며 "잘 마무리 해달라는 부탁들 다시 한 번 드린다"며 박 위원장의 복귀를 거듭 요청했다. 민주당은 총선 후보 등록일이 불과 닷새 밖에 남지 않았고 오는 23일 선대위 발족식이 예정돼 있는 만큼 더 이상 공천심사를 미룰 수 없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