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지도부에서 지역구 공천을 확정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천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장파를 대표하는 3선의 남경필 의원(수원팔달)이 21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자 현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5선의 이상득 국회부의장(포항남구, 울릉)을 향해 "총선 불출마"를 공개 요구하고 나서 당내 갈등은 이제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시각이다.
이 부의장의 불출마 요구는 이재오 의원, 정두언 의원 등 MB계 핵심실세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고령의 5선의 이 부의장이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개혁공천에 가속도를 더할 명분이 보장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공천과정에서 다수 '친박' 현역의원들이 탈락하는 과정을 겪으며 공천갈등 책임론이 이재오 의원에게 집중되면서 이 부의장의 거취논란은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다.
남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가 흔들리고 있다"며 "공천갈등을 극복하고 이반되고 있는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해서는 이 부의장의 결단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어려운 이때 이 부의장의 불출마는 총선 승리를 위한 새 출발이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듣고 느낀 지역구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의 민심"이라며 "이 부의장이 많은 고민을 해 주었으면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특히 남 의원은 "물갈이를 요구하는 폭풍 같은 민심의 에너지를 이용해 정치적 사리사욕을 채운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행위는 곧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고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대목은 이방호 사무총장을 겨냥했다는 풀이다. 공천 과정에서 이 부의장을 등에 업은 이 사무총장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칼날을 휘둘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견에 앞서 남 의원은 전날(20일) 이 부의장의 포항 지역구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면담을 갖고 '용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 측근은 이 부의장이 "당에서 공천을 줬는데 이를 어떻게 거역하고 공천권을 반납하느냐. 일단 주어진 상황이므로 열심히 하겠다"고 단호한 출마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정계 은퇴를 선언한 '원조보수' 김용갑 의원도 이상득 국회부의장 공천을 문제삼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김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띄운 글을 통해 "이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 공항 귀빈실 이용, 직통 전화 설치, 규제 철폐, 세금 인하, 공무원 머슴론 등 민생을 위한 정책들을 무수히 쏟아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기대만큼 신뢰가 가지 않고 감동이 없다고 한다. 뉴스를 볼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에 호감이 떨어지고 때로는 싫증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고 민심이반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 원인은 크게 보면 이 대통령이 정치에도 실용주의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승리라는 성과가 있었다고 해서 그 이익을 자기들만이 챙기겠다고 하는 것이다. 개혁공천, 물갈이 공천 핑계대면서 한 가족 속에서 자기편만 챙기고 반대편은 피눈물 흘리게 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한나라당 공천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