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는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대변인으로 '스타반열'에 오른 나경원 후보와 정통보수를 자처하며 나 대변인을 꺾겠다고 벼르는 자유선진당 신은경 후보가 보수표를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범구 전 의원이 통합민주당 깃발을 들고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구는 종로와 더불어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인데다 세 후보 모두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어 관심지역으로 부상했다.
오랜 대변인 활동으로 화려한 외모와 함께 깔끔한 입담을 보여준 나 후보와 KBS 간판 앵커 출신의 신 후보간 여-여 대결이 펼쳐지는 것도 재밌지만 시사평론가로서 오랜 방송활동을 했던 정 후보의 가세에 따른 세 후보간 '입 대결'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정범구 전 의원의 뒤늦은 가세로 본격적인 3자 입대결은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여성후보들간에 입심대결은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는 것. 여기다 이들 두 인사는 공교롭게 전.현직 여성 당 대변인에다 이회창 총재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 19일 각각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 "나경원 의원과의 승부를 해볼만하다", "스킨십으로 표가 나오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서로에 대한 신경전을 시작했다.
우선 신 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연, 나 의원에 대해 "나 대변인께서는 당에서 활동을 많이 하셨지만 비례대표로 초선이고 이제 재선에 대결하시는 것"이라며 "나는 직접 정치에 뛰어들은 적은 없었지만 정치 현장에는 아주 오래있었다. 남편 선거만도 해서 벌써 총선을 세번, 대선도 세번 정도 지켜봤다"고 자신의 선거 경험을 강점으로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도 나는 이 지역에서 한 12년 있어서 주민들하고 아주 가깝다"며 "가족처럼 오래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곳에 도움이 필요한지, 어떤 곳에 문제를 해결해야하는지 같은 부분에서는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주민들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선에서는 정권 교체 같은 이슈가 있기 때문에 당이 중심이 되지만 총선에서는 인물위주에 더 많이 초점을 주고 있다"고 강조해 나 대변인과의 승부에 자신감을 표했다.
나 의원도 질세라 신 대변인의 이같은 부분을 평가절하한 뒤 주민들이 자신을 실력으로 평가해 줄 것이라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께서 그동안의 스킨십이나 이런 것으로 선택하시지는 않는다. 이 지역의 국회의원으로서 누가 더 일을 잘 할 수 있느냐 이걸 볼 거 같다"고 신 대변인의 지역구 관리를 경계했다.
나 의원은 "인기라는 것으로 표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결국은 누가 더 일을 잘 할 수 있고 실력 능력이 있느냐 이런 부분으로 평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실력과 능력 부분은 역시 여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더 많은 점수를 가지고 있고 그동안 제가 4년동안 의정활동에서 보여준 부분에 대해서 유권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며 정치일선에서 활동했던 자신의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나 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여성특보를 거쳐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장장 20개월간 대변인을 하면서 만만찮은 내공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에서는 애초 송파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중구로 '전략공천'을 받았다. 출발이 다소 늦어졌지만 '낙후된 도심 재생 및 주거환경 개선'이란 큰 그림 아래 낙후된 중구 경제를 발전시켜 구민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후보는 힘있는 여당 후보인 자신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표밭을 훑고 있다.
한편 정범구후보는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정책연구실장과 차세대정치문화 연구소장을 역임하고 각종 방송 시사프로그램 진행으로 대중성을 높이다 2000년 16대 국회에 '등원',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직을 수행했다.
그는 지난 19일 민주당에 입당, 공천된 만큼 구체적인 공약을 완성하진 못했지만 "대한민국 1%를 위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재를 견제한다"는 모토 속에 '진정성'과 '일관성'을 무기로 표심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신 후보는 KBS 앵커 시절 쌓은 인지도와 12년간 남편인 박성범 의원의 아내로서 목욕탕과 노인정에서의 '때밀이' '부항뜨기' 내조로 지역구를 관리해온 인적 네트워크가 최강점으로 꼽힌다.
신 후보 측은 "12년간 일상생활에서 주민들을 꾸준히 접촉하면서 쌓은 신뢰가 어느 후보보다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론 첫 총선이지만 남편의 선거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4번째 같은 지역에서 선거전을 치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구가 남산 주변지역이라는 이유로 묶여있는 신당동 일대의 고도제한 완화를 비롯해 교육, 여성, 복지 등 지역공약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가 신 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보도되자 나 후보는 당연한 결과라며 본선까지 이어갈 것을 장담한 반면, 신 후보는 자체 조사결과 박빙이라고 주장하는 등 벌써부터 신경전을 펼쳤다. 정 후보도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경우 승산이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