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를 끝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원조보수' 김용갑 의원이 정계 은퇴식을 겸해 가진 '굿바이 여의도' 출판기념회가 마치 '친박계 결의대회장'을 방불케 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한국의 대표적 보수 인사인 이철승 헌정회 회장(전 신민당 총재)과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원로 보수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평생 보수적 소신을 지켜온 '원조보수' 정객의 의정활동 마감을 함께 축하했다. 특히 최근 복당 문제로 불편한 관계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도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지만 짧게 악수를 나눈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축사에서 "김용갑 의원의 '굿바이 여의도'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면서 "그런데 이 자리가 사실은 김용갑 의원을 축하드려야 되는 기쁜 자리인데도 저에게는 한편으로는 우리 정치에서 큰 대들보가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착잡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 전 대표는 "이제 더 이상 국회에서 뵙기 어렵게 됐다"면서 "언제 어디서든 우리와 함께 할 것이고, 우리 후배들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고, 김 의원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받아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제가 정치를 그만두었을 때 향기나는 정치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인데, 김 의원이야말로 그런 평가를 받고 있어 부럽다"고 덧붙였다.
강재섭 대표도 "김 선배가 여의도를 떠나게 돼 안타깝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자리"라며 "개인적 이익보다 대의를 위해 원칙과 소신을 지켜온 선배에게 숙연함을 느끼고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실 정치는 떠나시지만 아직도 할 일이 참 많다, 한반도가 평화 발전의 대목 대목마다 근심이 많을 때 한 말씀 해주시길 바란다"면서 "이 나라의 큰 소금역할을 해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인사말에서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늘 가슴속에 담아왔다"면서 "그토록 바라던 보수 정권이 들어와 이제 할 일이 끝났구나하는 생각에 정계은퇴를 결정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할말도 많고 서운한 점도 있지만 모처럼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았는데 실패해서는 안된다"며 "힘을 모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박 전 대표에게도 "때로는 원칙에 얽매이지 말고 큰 정치를 해달라는 어려운 부탁을 드렸다"면서 "다음에 대통령이 돼서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의 의미있는 답사에 출판기념장에 참석한 친박계 인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게다가 김무성, 유기준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소개될때도 환호성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김무성, 유승민 유정복, 유기준, 이혜훈, 서상기, 김기춘, 김학원 의원을 비롯한 당내외의 친박 의원과 당선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강재섭 대표도 일찌감치 참석했고, 안상수, 홍준표, 박진, 전재희, 나경원 의원 등 친이 또는 중도 성향 의원등 60여 명의 여야 국회의원 및 당선인들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