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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총리, 사퇴 결심 기울어

김부삼 기자  2008.06.09 1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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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으로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한승수 총리가 사의표명 여부를 놓고 막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총리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8일 사견임을 전제로 “지금으로서는 형식적으로라도 사의표명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오늘이냐, 국무회의가 열리는 10일 이후냐를 놓고 말이 많았지만, 오늘은 힘든 것 같다”고 말해, 10일 국무회의에서 한 총리가 거취표명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현재 총리실 내에서 사의 표명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고유가 대응책 등 민생종합대책을 내놓고 바로 사의를 표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여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총리가 사의를 표한 후 사표수리가 거부될 경우에는 자칫 ‘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런 부분 때문에 한 총리도 고민이 많다. 결국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최근의 쇠고기 파동과 관련 8일 “촛불문화제와 6·4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라며 “이 점에 대해 총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을 통감하고 적극적인 대화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종교지도자, 사회원로들과 만나며 정국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고 어제(7일)는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전화협의를 통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며 “이로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불안이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지난 6일 연세대에서 가진 32개 대학 총학생회와의 시국토론과 관련해서는 “젊은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정부와 국민간의) 골이 깊다는 것을 느꼈다”며 “젊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강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3차 당정협의회에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사즉생의 결의로 국민신뢰를 높이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고, 6일 대학생들과의 시국토론에서 거취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항상 공직에 임했다. 인적쇄신문제는 대통령이 상황을 보며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한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사의’보다는 향후 정국운영 쇄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거취에 연연하지 않고 사즉생의 결의로 현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충일인 지난 6일에는 32개 대학교 총학생회와의 시국토론에서 정부 측 참석자 없이 혼자 총학생회장들과의 토론을 통해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8일도 전례와 다르게 본인이 직접 당정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는 등 정국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로 국정조정 기능을 넘기고, 자원외교와 기후변화대응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 총리가 현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이 국정안정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총리 사퇴설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 6일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의 리플을 통해 “한 명도 안 바뀌어도 좋으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재협상을 하라” “총리의 권한은 대폭 약화시키고, 자원외교하라고 외국으로 돌려놓더니 귀국하니 쇠고기 파동 책임지라는 것이 말이 되나” “자원외교,국제외교에 탁월한 감각을 보이는 국무총리가 사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