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국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 요직의 잇따른 말실수가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난감해 하는데 반해 야당은 해당자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9일 최근 추부길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의 ‘사탄의 무리’ 발언에 이어 통일교육원장 후보인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의 ‘촛불집회 비판’ 발언이 잇따라 터지자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에 대해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한 기도회 축사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마지막 대목에 사탄의 무리를 언급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추부길 비서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촛불집회의 규모가 커지고 투쟁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들이 나오자, 당내에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내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은 “정부가 촛불집회의 배후에 나쁜 의도나 세력이 있다는 선입견을 가진다면 민심 수습에 실패할 것”이라며 “국민을 섬기겠다면서 촛불을 든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의 시각이 한심스럽고, 그런 사람들이 왜 권력의 주변에서 떠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맹비난했다.
공성진 의원은 추 비서관의 발언과 관련, “기독교에서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일 수 있다”며 추 비서관의 해명에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요즘 같은 예민한 시기에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파장을 생각하지도 않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정권 원내공보부대표는 “촛불집회를 보는 시각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은 책임 있는 언행으로 신중을 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추 비서관은 지난 5일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 예배에 참석해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 주기 바란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어 홍 소장은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주권재민과 법치’라는 제목의 글을 실어, “촛불시위를 주권재민의 논리로 합법화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헌법의 ‘민주공화국’을 북한 같은 공산체제가 표방하는 인민민주주의와 혼동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부실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촛불시위대를 “사탄의 무리”라고 한 점과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장 내정자인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이 촛불시위대를 “숙면 방해세력”이라고 말한 데 대해 “정부 인사들의 발언이 목불인견 수준”이라며 “추 비서관을 즉각 파면 조치하고, 홍관희 내정자는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노당 강형구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려면 추 비서관을 즉각 물러나게 하고,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부길 비서관은 “(8일)어제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해명자료를 내고 연설 말미에 사탄의 무리를 언급하는 것은 기독교계에서 통상적으로 쓰는 관행적 표현일 뿐 특정 집단을 지칭한 발언이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