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일부터 시작된 촛불시위는 50여 일을 훌쩍 넘겼다. 10대 네티즌들로부터 촉발된 촛불시위가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평화로운 문화축제로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 시민도 지쳤고 경찰도 지쳤다. 더군다나 한미 쇠고기 협상 문제로 야기된 촛불시위는 이제는 이명박 정부의 개혁정책 반대로까지 번지는 정치적인 색깔을 띄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각종 이익단체들도 슬그머니 끼어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장으로 변질시켜 나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을 계기로 국민 건강권에 대해 감히 어느 누구도 가벼히 여겨서는 안되며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함을 우리 모두에게 각인돼 있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국민이 느끼는 정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배타적이지는 아닐 것으로 보수나 진보쪽 모두 믿고 있기에 촛불시위에 소모되는 애국심이 오히려 국익에 누가 될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국가간 협상이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협상관계자들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은 자명하지만 간혹 전략적인 차원에서 협상에 접근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이 그렇다.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전략적동맹 관계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으며 지난해 타결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완전한 발효를 위한 미의회 결의를 끌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관 역시 국가안보를 비롯해 곡물수입, 국제유가 등 다각적인 사업구도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시장은 자동차 산업만으로도 연간 650억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정보통신과 반도체 등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자인 동시에 동반자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이같은 양국간 현실을 무시한체 편협된 생각으로 자국의 이익만 챙긴다고 할 경우 양국은 동반관계에서 적대관계로 돌변할 것은 뻔하며 그 결과 양국 모두는 파국으로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3년전 중국과의 마늘파동으로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어 이명박 정부로서도 승산없는 싸움보다는 실익을 굳히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뿐 만 아니라 세계 10대 경제대국다운 냉철한 판단력으로 우리의 경쟁상대국인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대만,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나라에게 허점을 보이는 행동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울광장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를 보도하느라 전세계 언론은 하루 24시간이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 2002한일 월드컵때 우리의 하나된 모습을 전세계로 타진했던 언론들은 2008년 6월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가 마치 한국민의 두얼굴이며 한국민들의 자화상인양 의기양양하게 보도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촛불시위가 과연 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반문해 봐야 한다.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먹거리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5천년 동안 지켜 내려온 민족의 부끄럽지 않은 자세와 사고력이 있는 우리가 빈대잡기 위해 초간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모두 제자리를 찾아 가야 할때라고 생각한다. 항상 국익을 위한 협상은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 국회가 해야 할 일, 국민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할 때 우리 스스로 오랜 세월동안 지켜온 식문화를 영유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울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