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쇠고기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방편으로 단행된 청와대 참모진들의 전격 교체가 민심을 성공적으로 달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후임으로 대통령리더십 분야 전문가로 명망이 높은 정정길 울산대총장을 임명하고 쇠고기 사태 등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2기 청와대'를 출범시켰으며 아울러 정무와 정책 2개 팀으로 나눈 팀장제를 도입, 사실상 투톱체제를 갖췄다.
우선 지난20일 단행된 청와대 참모진의 전격 교체 폭은 정권 출범 117일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광폭' 수준으로 이는 쇠고기 파동으로 끝없이 추락하던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쇄신의 절차를 하나하나 밟아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조치다.
이날 대통령실장이 교체된 것은 물론, 정무라인 강화의 목소리가 높았던 가운데 정무수석에는 맹형규 전 한나라당 의원, 민정수석은 정동기 전 법무부 차관, 국정기획수석은 박재완 정무수석, 외교안보수석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2차관, 경제수석은 박병원 전 재경부 1차관, 사회정책수석은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정진곤 한양대 교수가 각각 기용됐다. 이동관 대변인은 유임됐다.
실상 이 대통령이 광폭으로 참모진용을 새로 짜기까지 여야 정치권에서는 그 수위를 놓고 예측이 난무했지만 수석비서관 인사의 배경 자체가 '국정쇄신'에 있는 만큼 취임 넉달도 안된 참모진들만 전원 교체라는 충격요법을 사용함으로써 이 대통령은 심기일전의 자세를 국민들에게 선보이고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데서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를 제대로 맞춰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임 대통령 실장과 수석비서관을 직접 소개하면서 "제 자신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으로 시작하겠다"며 "마음과 자세를 낮춰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새롭게 임명된 대통령실장과 수석들을 믿어주시고 저에게 용기를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신임 수석들도 "다시 한 번 힘을 내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지를 모았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어려운 일과 산적한 국정 관리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대통령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맹형규 정무수석도 "엄중한 시기 중책을 맡게 돼서 어깨가 무겁다"며 "국민들께서 다시 한 번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수석비서관 전원 교체뿐만 아니라 청와대 시스템 개편과 후속 인사를 단행, 변모하는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청와대 대통령실 시스템도 정무팀과 정책팀 등 '양대 팀제'로 개편된다. 이 대통령은 정무·민정·외교안보수석실과 박형준 전 의원이 내정된 홍보특보를 크게 '정무팀'(팀장 정무수석)으로, 경제·국정기획·사회정책·교육과학문화수석실을 '정책팀'(팀장 경제수석)으로 각각 묶어 팀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내각의 경우 국회가 정상화 된 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인사쇄신을 단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 인사쇄신 자체도 전원 교체라는 칼을 뽑았지만 국민들이 국정쇄신에 대한 감동을 받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를 감안한 인사"라고 평가하면서 조속한 정국 수습을 위한 국민과 야권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반면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민의를 무시한 돌려막기식 인사"라며 "이 대통령의 뼈저린 반성이 무색할 정도로 국민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는 측근들의 잔치"라고 비판했다.
한편 '2기 청와대'가 새 출발한 가운데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 내정자가 23일 논문 중복과제와 자기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 이 대통령에게 발령 보류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나 이 문제가 전격 교체된 새 참모진들에 대한 자질시비로 번질지 우려된다.
정 수석은 "논문 표절 의혹으로 새로 출범하는 대통령실과 비서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경우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발령보류를 요청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 수석은 "흔히 얘기하는 표절도 아니고, 스스로 학자적 양심에 비추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 않지만 어쨌거나 물의 빚게 돼서 죄송하다"며 "관련 학계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공정한 판단을 내릴 때까지 발령을 보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정 수석은 지난 2000년 '21세기 사회와 열린교육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학술진흥재단(학진) 등재지 '열린교육연구'에 게재했다. 이 논문은 2년전인 1998년 강원도교육연구원 계간지에 실었던 논문과 제목과 구성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