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 사건과 관련, 현장 조사 없이는 정확한 사거리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이날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가진 고(故) 박왕자씨의 정밀 부검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북측 초병이 원거리에서 총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더 자세한 거리는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검 집도의인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법의학 부장은 "부검 결과 등과 엉덩이 등 2곳에서 총창이 발견됐다"며 "사거리는 내부 장기 손상 등을 종합할 때 원사(遠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서 부장은 "'원사'란 장총의 경우 사거리가 1~2m 이상인 경우를 가리키는 전문용어"라며 "원사의 경우 사입구(射入口, 총알이 들어간 구멍)가 동일한 형태이므로 부검 결과만으로 더 자세한 발사거리를 추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발의 선후관계를 파악할 수 없었다"며 "박씨 몸의 총창은 굉장한 속력으로 사람의 몸을 관통했다는데 의의를 두고 부검소견을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서 부장은 사인과 관련해서는 "간과 폐 손상에 많은 출혈을 일으키며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두발 중 한발은 정방향으로 뒤쪽에서 앞쪽으로, 다른 한발은 몸을 횡으로 각각 완전히 관통했다"면서 "들어간 부위와 나간 부위를 연결하면 지면과 거의 평형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서 부장은 또 "병리조직학적 검사상 박씨에게서 특이 질병 소견이 없었으며 정신과 관련 약물을 포함한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혈중알코올도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피를 많이 흘려서 얼굴이 창백했고 현장에 모래가 많아 전신에 모래와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환 국과수 총기연구실장도 "'사입구'(射入口.총알이 들어간 구멍)의 크기는 두발이 동일했다"고 소개한 뒤 "사입구의 크기는 0.5cm이며, 실탄의 크기는 5.5밀리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한편 합동조사단 단장인 황부기 통일부 회담연락지원부장은 이날 "지난 14일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경찰청 등 6개 기관 합동으로 가동중인 정부합동조사단은 그간 두차례 전체회의를 개최해 조사단의 활동방향, 역할분담, 조사방법 등을 검토하고 현장 관련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일부 수집된 자료는 국과수에 정밀검토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합동조사단은 이번 사건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투명하게 해소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 "지난 11일 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 초병의 공격으로 운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