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제60주년 제헌절 김형오 국회의장 경축사

김부삼 기자  2008.07.17 09:07:07

기사프린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헌 60주년을 축하해 주고자 자리를 함께하신 역대 국회의장님, 각 당의 대표를 비롯한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한승수 국무총리,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으로부터 꼭 60년 전 오늘, 국민주권과 자유민주주의의 이념 위에서 민주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대한민국 헌법이 탄생했습니다.
제헌 60주년을 맞기까지 헌정질서 수호와 민주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애국선열과 제헌의원 여러분의 크나큰 공로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헌법의 고귀한 정신과 이념을 지키고 가꿔 오신 애국.민주 시민 여러분에게 충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우리 헌정사에 큰 업적을 남기시고 오늘 명예로운 훈장을 받으신 세 분의 전직 의장께도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제헌 헌법과 함께 시작된 우리의 헌정사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아홉 번의 헌법 개정에서 보듯이 우리 헌법은 정치적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숱한 우여곡절과 모진 수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숭고한 건국이념과 헌법정신은 면면이 이어져 대한민국 헌정사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국가 수호와 자유의 보장, 민주주의의 실현을 향한 국민적 의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초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소중한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독도 침탈 기도는 명백히 우리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반성의 역사를 써야 할 일본이 또다시 침략의 역사를 쓰려 하고 있습니다.
독도는 한국인의 자존(自存)입니다. 이를 위협하는 일본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며, 어떤 경우라도 온 국민과 함께 끝까지 지켜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제헌절을 맞아 우리 헌법의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미래 대한민국의 초석을 마련할 바람직한 헌법의 모습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현행 헌법은 국민의 뜻에 따라 장기집권을 막고 직선제를 쟁취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습니다.이를 바탕으로 권위주의가 해체됐고, 여야간 평화적인 정권교체도 이루어졌습니다. 반면에, 당시의 시대 상황과 맞물린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한계도 안고 있습니다.
이제 이른바 ‘87년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위에서 미래를 향해 열린 자세로 헌법을 평가할 때가 되었습니다. 선진화된 민주법치국가에 맞는 헌법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중앙정부의 권력구조는 물론이고 인권과 복지, 양성평등, 환경, 지방 분권, 남북관계와 통일 등 변화된 시대상을 수용하는 큰 틀이 필요합니다.
3권 분립에 입각한 입법부의 권능을 되찾고 위상을 바로 세워 '국회다운 국회'를 만드는 일도 중요합니다. 행정부에 대한 건강한 견제를 통해 국정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개헌과 헌법 연구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개헌을 위해서는 긴 토론과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헌법 개정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깊이 있는 연구에 착수해야 합니다. 그래야 졸속적인 추진을 막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국민의 선택을 받아 출범한 현 정부의 임기나 체제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차분하게 연구하겠습니다.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활동을 통해 '국민을 위한 개헌'을 실현하도록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헌법과 함께 출발한 우리 국회는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전진해 왔습니다. 권위주의와 헌정 중단으로 얼룩지기도 했지만,국민 주권과 민주질서의 확립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60년의 빛나는 발자취에 비해 우리 국회의 현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한층 더 분발해야 합니다. 18대 국회는 제2의 제헌국회, 새로운 60년의 선진국회로 새롭게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정치가 복원되어야 합니다. 대화와 타협은 의회민주주의의 생명입니다. 민의의 전당에서 이견과 갈등을 녹여내지 못한다면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게 됩니다. 당략이 아닌 국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선동이 아닌 합리적 주장을 해야 합니다.
둘째,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은 “싸우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국민의 지상명령입니다.
우리 국회가 절박한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고통을 함께 나누며 국민의 눈물을 닦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상시국회 운영을 비롯한 제도 개혁을 통해 국회운영의 생산성, 전문성을 향상시키겠습니다.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입법과 정책결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여 진정한 국민의 봉사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셋째, 민족의 화해와 협력, 남북의 공동번영에 적극 동참하고 기여하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선, 지난 90년 이래 중단된 남북국회회담 준비 접촉을 재개할 것을 북측에 촉구합니다. 꽁꽁 막혀 있는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여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야겠습니다. 이것이 어렵다면, 의장단이나 관련 상임위 차원에서라도 먼저 교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합니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나아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필요한 법과 제도를 갖추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갈등이 증폭하는 사회는 미래로 전진할 수 없습니다. 대결과 분열로 우리 공동체가 좌절할 수는 없습니다. '건국의 아버지'들과 우리 선조들이 피땀 흘려 이룩해 놓은 빛나는 금자탑을 지키고 더욱 발전시키는데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서서 국민 통합을 이끌어야 하겠습니다. 모든 이견과 갈등을 가져와 녹여내는 '소통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환력(還曆)을 맞이한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새로운 희망을 설계하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국회,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실현하도록 하겠습니다.
제60주년 제헌절을 맞아 숭고한 헌법 정신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울 것을 국민 앞에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국회를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