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지난 19일 여야가 합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내용 중 수입위생 조건에 대한 국회 심의 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제처는 21일 여야가 합의한 가축법 개정안에 대해 “수입위생조건을 행정입법의 유형인 고시로 위임한 이상 고시의 제·개정은 행정부의 고유권한”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심의라는 형식으로 고시를 통제하는 것은 헌법 제75조 및 제95조에 따라 정부에 부여된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상 3권 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BSE(소해면상뇌증) 발생 지역의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을 수입하거나 수입금지 후 다시 수입을 재개하려는 경우 그 수입위생조건에 대해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했다.
법제처는 또 “수입위생 조건을 가축전염병예방법 에서 고시로 위임하고 이를 다시 국회에서 심의 받도록 하는 것은 그 자체적로도 논리적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회 ‘심의’ 는 예산안 심의·확정이나 법률안 심사와 같이 체계, 형식, 자구 및 내용 변경 등 모든 것을 국회에서 마음대로 고칠 수 있어 국회의 ‘동의’ 보다도 훨씬 행정부의 권한과 자율성을 약화 내지 상실 시킬 우려가 많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가축법 특위 위원인 김종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헌 논란에 대해 “헌법의 기본도 모르는 무식한 소리” 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현행 가축법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고시’ 로 정하고 있지만 그것을 국회가 모법(母法)이자 준거법인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에 모순되거나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이 법률로 정하게 할 사항(입법사항)을 법률보다 하위인 명령이나 규칙, 고시 등의 형태로 정하는 것이 오히려 위헌이다” 며 “우리 헌법은 국회의 ‘동의’ 사항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만 ‘심의’ 대상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진 않다” 고 강조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어렵게 여야가 해법을 내놓고 이미 위헌소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여야 노력이 오랫동안 계속된 결과물”이라며 “위헌 운운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들은 도대체 (농림수산식품부가) 대한민국 정부부처인가 싶을 정도의 의구심과 분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 가축법 개정안의 위헌 소지 논란과 관련 “위헌이라고 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농식품부 입장에서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홍 원내대표는“국회 심의 과정이라는 국민적 갈등을 해소하는 장을 마련해 정치적으로 정부를 도와준다는 의미가 있다”며 “정치권에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민적 갈등을 걸러주기 때문에 정부도 편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회 ‘심의’ 과정에서 표결 내용이 정부를 구속하는 내용은 아니며, 정치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구속하는 내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정권 원내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법제처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는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 대변인은 “민주당에서 요구했던 국회 ‘동의’ 는 헌법에 근거 없이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므로 위헌 소지가 많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심의’ 는 강제적이지 않아서 위헌 소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야가 합의한 국회 심의는 정부의 행정 권한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국민 여론과 과정을 논의하는 절차”라면서 “정부가 여야 합의안에 대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