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재 기자 2020.10.08 06:56:19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지난 8월 집중호우와 태풍 이후 발견한 지뢰 가운데 플라스틱 재질 M14 대인지뢰와 북한 목함지뢰 등 탐지가 어려운 비금속 지뢰가 80% 가까이 차지했지만, 우리 군의 비금속 지뢰탐지기는 고작 38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뢰탐색 및 제거작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8~9월 지뢰탐색 및 제거작전으로 우리 군이 수거한 지뢰 259개 가운데 204개(78.8%)가 M14 대인지뢰(비금속 포함)와 목함지뢰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M14 대인지뢰가 193개로 가장 많이 발견됐고, 북한 목함지뢰가 11개(빈 상자)로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M15 대전차지뢰 13개 ▲M16 대인지뢰 9개 ▲M6 대전차 지뢰 9개 ▲M2 대인지뢰 8개 ▲M3 대인지뢰 6개 ▲북한 수지재(PMN) 대인지뢰 4개 ▲M7 대전차 지뢰 4개 ▲M19 대전차 지뢰 2개 순이었다.
특히 '발목지뢰'라 불리는 M14 대인지뢰는 통조림 모양의 원통형 지뢰로, 재질이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탐지가 쉽지 않은 데다 물에 쉽게 떠서 폭우에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5년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도발할 때 사용했던 목함지뢰 역시 비금속 물질로 돼 있어 탐지가 어려운 지뢰로 꼽힌다.
문제는 비금속 지뢰 탐지 장비 부족이다. 합참에 따르면 우리 군이 지뢰 탐지작전에 운용하는 탐지기는 총 9346대로 이중 비금속 지뢰탐지기는 38대에 불과하다. 최근 M14 대인지뢰나 목함지뢰가 높은 비중으로 발견되는데 비금속 지뢰탐지기는 고작 0.04% 밖에 안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게 강 의원의 지적이다.
아울러 강 의원이 합참으로부터 받은 올해 지뢰제거 목표 및 실시현황 자료를 보면 군은 계획한 58만9686㎡ 지역 중 15만2367㎡에서 지뢰제거 작전을 실시해 총 125발의 지뢰를 제거했다. 그러나 진도율로 따지면 28%에 그쳐 올해 목표에 미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은 현재 DMZ, 민통선 이북, 제한보호구역, 서북도서, 방공진지 등 매설 기록이 없는 지역의 지뢰 매설량이 82만8000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1억2816㎡(약 3876만 평)이다. 군이 올해와 같은 진도율로 지뢰탐색 및 제거작전을 해 나간다면 500년이 넘어도 완료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뢰제거 작전이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일어날 수 있는 피해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평화나눔회에 따르면 휴전 이후 민간인 지뢰 피해자는 608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239명, 부상자는 369명에 달한다. 또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20년 동안 군인 39명이 지뢰에 의해 다쳤고 3명이 숨졌다.
강대식 의원은 "합동참모본부 공병대 주관의 지뢰제거 작전은 분명 진전이 있지만, 제거되지 않은 방공진지 인근 지뢰와 파악할 수 없는 전방 지뢰, 폭우 등 이유로 북한에서 유실되어 내려온 지뢰, 비금속 지뢰 등을 포함하면 군인 및 민간인 피해가 얼마나 생길지 추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현재 비금속 지뢰탐지기의 경우 독일제를 수입해 사용 중인데 우리나라도 우수한 성능의 비금속 지뢰탐지기가 개발돼 시험평가를 완료했다"며 "전·후방 지뢰제거 사업은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만큼 내년이라도 조속히 비금속 지뢰탐지기를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