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로 위장한 북한의 직파 여간첩이 한국군 장교들을 상대로 성로비를 벌이고 군 시설 사진 등 군기밀을 빼낸 사건이 수사당국에 포착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 여간첩은 빼어난 미모로 마치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여성 스파이 마타하리를 연상케 한다.
수원지검, 경기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 국정원경기지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27일 위장 탈북 후 국내로 들어온 후 군 장교 3∼4명과 탈북자 단체 간부 등에게 접근, 군사기밀 등을 북측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직파간첩 원정화(34·여)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부는 또 원씨의 애인 황모씨(27·육군 대위)는 간첩방지 및 불고지죄, 원씨의 계부 김모씨(63)도 국가보안법 회합, 통신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직파 간첩인 원씨는 지난 2001년 10월 임신 7개월의 상태에서 남한 남성과의 결혼을 전제로 남한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국가정보원에 탈북자로 위장한 뒤 군 관계자들에 접근, 군부대 시설을 촬영한 사진과 위치 군사기밀을 북한에 보고하는 등 본격적인 간첩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서 무역업을 하던 원씨는 2년동안 탈북자와 남한사업가 100여명을 납치했다고 진술했으며, 2001년에는 조선족으로 가장해 남한 남성과 결혼 후 임신 7개월의 상태로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원씨의 간첩활동을 도왔던 육군 모부대 정훈장교와 육군 대위 황씨등 3∼4명과 성관계를 가지는 등 성 로비를 통해 군사기밀을 빼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황씨는 원씨가 북한 보위부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감추고 군 안보 강사로 활동 중인 탈북자 명단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합수부는 원씨의 양아버지 김모씨도 북한과 여러번 접촉한 혐의로 구속하고, 원씨가 추가적으로 접근한 사람은 없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탈북자 출신 여성이 대북 무역에도 관여하고 군 장교들과 교제한다는 첩보가 입수돼 검찰과 국정원 수사요원 경찰 등이 대거 투입 3년간 내사를 벌여왔다.
내사를 통해 원씨가 중국에 있는 북한 보위부의 지령에 따라 교제하던 군인의 인적 사항을 탐지해 보고한 점 등을 밝혀내 지난달 15일 원씨를 체포했다.
수원지검은 원씨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원씨가 북한 보위부의 남파 간첩이라는 자백을 받아냈다. 원씨가 단순한 간첩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공안당국은 합동수사체제를 가동해 황 대위와 김씨를 추가로 구속했다.
합수부는 "10년간 남북 화해 무드와 북한 주민의 탈북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탈북자 중 간첩이 존재한다는 의심이 있었을 뿐 별다른 확인을 못한 상태에서 그 실체를 밝힌 최초의 사례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