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재 기자 2020.11.03 06:23:53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4·15 총선 때 부정선거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더불어민주당 정정순(청주 상당) 의원이 결국 구속됐다.
정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중 '체포동의안 가결'과 '구속' 1호라는 불명예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지역에선 의원직 상실 형을 선고받아 쓸쓸히 퇴장한 역대 충북 정치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오명을 털어내고 제자리로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주지법 김양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정치자금법 등의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영장을 발부했다.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1일 체포된 정 의원은 현재 청주교도소에 구금돼 있다.
정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청주시의원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정 취득한 자원봉사센터 회원 정보를 선거에 이용한 혐의도 있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검찰 소환에 불응하던 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하루 뒤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31일 자진 출석했으나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검찰은 관련자 증언과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정 의원을 추궁했지만 그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자 지난 1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선거 캠프 회계책임자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4개월여 만에 구속된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사법당국 수사로 구속된 것은 정 의원이 처음이다. 충북 지역구 국회의원 중 수사 단계에서 현역 신분으로 구속도 그가 유일하다.
정 의원뿐 아니라 도내 국회의원 가운데 '이해 충돌' 논란에 휩싸인 무소속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공사 수주와 골프장 고가 매입 의혹으로 경찰 등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9월 중순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에 지역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지역과 국가를 위해 뛰어야 할 국회의원이 불법 선거운동, 공사 수주 의혹 등으로 구속되거나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선거 승리와 사익 등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각종 비위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역대 충북 정치인은 송광호 전 의원과 권석창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모두 제천·단양이 지역구다.
이곳에서 네 차례나 당선된 송 전 의원은 2015년 11월 '철도 비리'에 연루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송 전 의원은 철도 부품업체에서 6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당시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권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섰으나 2018년 5월 판결 확정과 함께 중도 하차했다.
그는 20대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지역구 주민 등에게 음식물을 제공하고, 불법 정치자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해 뛰어야 할 도내 국회의원들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어 안타깝다"며 "정치인들 스스로 깨끗한 선거를 통해 치러야 하고, 당선된 후에는 개인 이익을 찾지 말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