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황수분 기자]'이승만 대통령 때 이기붕, 이효상 등도 이런 식으로 망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한 혐의로 처벌받은 남성이 고인이 돼서야 무죄를 선고받았다.
15일 대구지법 제2-2형사부(부장판사 김정도)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1937년생 A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1972년 11월 7일 오후, 성주군의 주점에서 유언비어를 날조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이후 1982년 사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2년 10월, 비상계엄령 당시 A씨는 동장 등 4명 있는 자리서 “대한민국은 하나지 둘은 아니다” “헌법개헌 때문에 도시에서는 장사가 잘 안된다” “헌법개헌은 올빼미 개헌이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 때 이기붕, 이효상 등도 이러한 식으로 망했다” “지서고 뭐고 투표만 끝나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A씨는 경북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후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6개월을 확정받았다. 이후 검찰이 해당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8월 24일 재심사유가 있다며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계엄 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며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엄 포고가 해제되거나 실효되기 이전부터 구 헌법·현행 헌법·구 계엄법에 위배,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며 "계엄 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이 사건 계엄 포고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며 원심이 이를 유죄로 판단한바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018년 계엄포고령 조항이 포함된 계엄사령관 포고 제1호 전체가 옛 헌법 제75조 제1항, 옛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포고가 해제되거나 실효되기 이전부터 위헌·위법해 무효라고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