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직후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1일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을 존중하지 않은 결과로 남북관계가 막혀버렸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식에 참석 ‘대북정책,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10.4선언은 이념적, 정치적 성경은 거의 없고 실용적 실무적 내용으로 된 선언인데 이명박 정부는 이 선언을 존중하지 않아 그 결과로 남북관계가 다시 막혀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관계를 복원하는데 많은 시간과 부담이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고 그야말로 ▲자존심 상하게 ▲퍼주고 ▲끌려 다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결과로서 (남북간의) 신뢰가 파괴된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대북 억지를 위한 것이고 지금도 그 목적은 유효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남북간 국력의 차이와 냉전 구도의 변화로 대북 억지를 위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북 억지를 위한 한미 동맹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 좋은 상황”이라며 “여기에다 일본까지 끌어넣어 더불어 ‘이념과 가치를 함께하는’ 한.미.일 협력관계를 과시하는 것은 남북관계는 물론 나아가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까지 불편하게 만들뿐”이라고 질타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실용주의 기조에 대해 그는 “실용주의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언론의 반응도 좋은 것 같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실용주의의 반대기념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가치, 이념, 정통성, 이런 개념일 것”이라고 자답하며 “국가보안법이나 동맹,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실용주의냐, 이념주의냐”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의 대북정책에는 여러가지 금기가 있다”며 “북한정권을 인정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고, 북쪽 주장을 수용하면 좌경용공이 되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남북 대화의 걸림돌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북한은 반국가 단체”라며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 법대로 하면 남북간의 대화는 불가능하게 된다”고 국보법을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연방제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하면 당장 시비가 되고 6.15 공동선언에서 언급한 연방제 문제도 언론과 국회에서 종종 시비꺼리가 된다. 연방제 주장이 찬양, 고무에 해당한다는 국가보안법 판례가 있었다”고 사례를 들며 말했다.
그는 “대북정책은 근본적인 사고와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이런 저런 구체적인 통일방안이나 협상의 전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고와 자세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강연과 만찬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문희상 국회부의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정세현 민화협 상임의장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