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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증시 ‘환란 직전’ 방불

김부삼 기자  2008.10.08 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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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환시장과 증권시장의 불안상태가 97년 외환위기 직전 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 원·달러, 원·엔 등 환율 매일 기록을 경신하며 폭발적으로 치솟고 있다. 8일 원.달러 환율이 4일째 폭등해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1,390원대로 상승했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105원 폭등해 1,400원에 근접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79.41포인트(5.81%) 내린 1286.69에 마감됐다. 장중 한 때 1281.47까지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보였다.
이처럼 시장이 불안한 것은 아무리 정부가 "지금은 외환위기 때와 다르다"고 외쳐도 이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경기지표 악화보다 무서운 게 시장의 불신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라고 말해 시장이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요즘 상황을 보면 대한민국 엑소더스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는 외국인의 주식 투매와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불안감으로 달러화 매집세가 폭주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많고 유동성이 풍부한 외환시장 특성상 달러 대비 국내 원화의 가치 하락률은 다른 나라 통화를 압도하고 있다. 전년 말 대비 원화 절하율은 32.9%로 유로(6.8%), 호주달러(19.4%)를 훨씬 웃돈다. 글로벌 금융위기임에도 일본(13.1%)과 중국(7.3%)은 오히려 통화가치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환율 움직임이 이미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었고 전망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은 "서로 상대방의 리스크를 믿지 못하는 극도의 불신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도 "글로벌 신용경색의 불안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데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물경제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괴력을 여과 없이 받아낼 공산이 크다. 증권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3분기 기업들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무역수지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가운데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실물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는 원화 약세를 부추기면서 주식시장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