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명단 폐기의 책임을 둘러싸고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감사원의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12명이 지난 주말 김황식 감사원장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의를 표명한 고위공직자는 차관급인 감사원 김종신, 이석형, 박종구, 하복동, 김용민, 박성득 감사위원과 남일호 사무총장, 1급인 성용락 1사무차장, 유충흔 2사무차장, 김병철 기획홍보관리실장, 이창환 감사교육원장, 문태곤 고위감사공무원 등 12명 전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들의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최근 감사원을 둘러싼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일괄사퇴를 통한 감사원의 분위기 쇄신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 내부에서 쌀 직불금 사태를 둘러싼 인적 쇄신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의를 표명한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쌀 직불금 감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감사원의 쌀 직불금 감사결과에 대해선 떳떳하지만 고위 공직자들이 일단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아직 고위직들의 사의표명을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감찰조사와 국회의 쌀 직불금 국정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선별적으로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이 즉각 이들의 사의표명을 수용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감사원 안팎에선 국정조사가 다음달 10일 시작돼 12월5일 마무리되는 만큼 12월경에 단행될 정기인사를 겨냥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신상필벌(信賞必罰)'은 공직사회의 기본 규율"이라며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책임에 충실한 것도 원칙적으로 옳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책임의 발단이 과연 누구였는지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며 "노무현 정권의 적폐 중 적폐인 쌀 직불금제 문제에 대해 자칫 그 책임이 감사원에만 있는 것처럼 비쳐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