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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린 ‘영혼의 시’

김부삼 기자  2008.11.13 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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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 겨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즈음 천상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천상의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린 영혼의 시. ‘이제는 등불을 밝혀야 할 시간’, ‘진주문 그 곁에서’ 등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왔던 시인 이은미씨가 새 시집 ‘천상의 향기(The Heavely Aroma)’를 펴냈다.
제1부 촛불일기에서 2부 양초의 노래 3부 갈릴리 갈매기 4부 그대 붉은 정열 분수로 샘솟고 등으로 구성된 시집에서 이씨는 “지구별에서 너와나 먼 나라를 향해 가고 있는 순례의 여정, 때로는 위로가 되고 길동무가 되어 줄 수 있는 천상의 향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펴낸 이유를 밝혔다.
이은미씨의 시집은 예수님의 발자취를 쫓았다. 그는 ‘혈루증을 앓던 여인의 노래’ 편에서 ‘당신은 하늘의 아들 비천한 여인의 한을 어떻게 아셨는가’라고 물으며 ‘감추고 감춘 설움 그 은총에 녹아져 환희로 빛나고 그 사랑으로 충만케 되니 치료받은 기쁨보다 하늘 생명 되찾은 감격이 천지에 가득한 꽃향기 되어 내 영혼 감싸고 영원히 솟아나는 샘물이 되었다’고 표현했다.
‘지금도 목마르다’ 편에서는 ‘아버지 보좌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나는 지금도 목마르다’고 부르짖었고, ‘겸손의 문’ 베들레헴 예수님탄생교회에서는 ‘자아를 비운 사람만이 깊이 주님을 만날 수 있다’라고 읊조렸다.
‘그대 붉은 정열 분수로 샘솟고’ 편에서는 로마 사도 바울 참수터에서 받은 영감을 적어냈다.
‘홀로코스트’ 600만 유대인 학살기념관에서 적어내린 시는 이은미씨 자신이 마치 가스실에 갇혀 있었던 듯 글이 고뇌와 아픔이 살아 숨쉬었다.
이씨는 ‘누구를 위한 희생이었나. 오늘도 홀로코스트 안에는 눈물이 흐른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집 없고 나라 없는 설움 속에 처절히 미움을 받으며 떠돌던 세월도 모자라서 나치스의 깃발아래 짓밟혔으니 가스실, 고문실에서 겁에 질린 눈망울 수백만 영혼 쓰레기. 취급당하며 한 줌의 연기되어 사라져 버렸네. 어찌하여 그리 처절한 민족이 되었느냐’고 울부짖었다.
현장에서의 느낌을 그대로 시에 담아내려고 애쓴 모습이 역력한 그의 시를 읽으면 어느덧 시와 함께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이자 문학 비평가인 채수영(前신흥대 문창학과 교수)씨는 이은미씨의 이 시집에 대해 “신앙의 숲이자 신을 향한 노래”라고 규정하면서 “신앙의 숲을 조성하여 안식과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노래로 채워진 성채와 같다. 얼마나 견고하고 아름다운가는 그녀의 시적 감수성으로 대신할 일이다”고 평가했다.
채씨는 ‘아버지 보좌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나는 지금도 목마르다’는 구절을 보면서 “갈증 때문에 더 먼길이 나타난다. 만약 갈증이 없는 나그네라면 길이 없고 무료한 일상을 소일하는 모습일 것이지만 자기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순백한 목표앞에 신선한 자세로 언젠가 만나기로 약속한 대상을 위해 정갈한 기도를 올리는 겸손한 영상이 오버랩 되는 소녀와 같은 인상이 이은미의 모습이다”고 말했다.
채씨는 저자에 대해 “순정하고 아름다운 의식을 시로 환치하는 감수성이 독특한 시인”이라고 말했다.
김우규씨(문학비평가)도 저자의 시를 “신선한 바람을 공급해주는 괄목할 만한 문학적 성취”라고 했다.
시인 이은미씨는 충남 예산 출생으로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크리스찬신문사 주최 신인문예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이제는 등불을 밝혀야 할 시간> <진주문 그 곁에서> 등이 있다. 지난달 30일 발행된 천상의 향기(쿰란출판사)는 가까운 서점에서 접할 수 있다(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