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위가 19일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본격 착수하면서 여야가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를 출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한승수 총리는 인사말에서 “최근의 경제 난국을 극복하고 실물 경기 위축에 따른 국내 파급 효과를 축소하기 위해 수정 예산안을 마련했다”며 “국회가 정부의 예산 편성 취지를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예결특위는 19일부터 내달 8일까지 예정된 국회의 예산심사장이다. 해마다 치르는 전쟁이지만 올해는 그 파고가 무척 거셀 전망이다.
특히 일부 상임위는 예산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하는 등 상임위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남은 예산심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정무위, 행정안전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교육과학기술위는 소위 위원장 선정과 인원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소위를 구성하지 못했다. 총 283조8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정부측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하고 나선 야당과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이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국가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이 때에 민주당은 예산으로 발목을 잡고 국민을 고통의 나락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특히 예산심사를 부자감세 법안 등 정부 여당의 다른 세법 개정 움직임에 연계하기로 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예산전쟁’이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합의처리가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예결특위위원장인 최인기 의원은 “내년 예산은 ‘부자 감세’와 재정 지출을 동시에 확대하는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 안”이라며 “있는 사람의 세금을 깎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방식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방향’을 통해 민주당의 전략은 윤곽이 드러나 있다. 내용을 보면 일종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먼저 종합부동산세, 대기업 법인세, 상속ㆍ증여세 감세 철회로 6조원의 추가세수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적자국채 발행을 17조6000억원에서 10조원대로 줄인다는 가이드라인도 세웠다.
최인기 당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세법과 삭감 규모에서 한나라당과 대립돼 있어 12월 초순 예산안 처리는 불가능하다”고 배수진을 쳤다.
세출예산 삭감 폭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크다. 경제 위기 극복 및 중산층ㆍ서민 민생과 관련 없는 증액 예산은 전액 삭감한다는 기조다. 민주당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3조원을 포함해 약 7조3000억원 상당의 문제 예산항목 리스트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선진당은 정부 여당의 감세규모를 2조~3조원 축소, 12조원 선에서 묶어놓고 세출예산은 과다 편성됐거나 집행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중심으로 9조4000억원 삭감해야 한다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신 중소기업이나 영세민 등을 위한 사업에 3조원의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 전체적으로 6조원의 세출 감액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SOC 예산 대부분은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인데 이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감세안도 경기 침체 속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도 이날 “막연히 사회간접자본에서 늘어난 것 중 절반을 깎자고 하면 정치구호성 비슷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며 “어떤 예산은 비효율적이니까 어떻게 깎아야 한다고 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