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2번' 내세웠지만…'尹 효과' 동력 떨어져
'조건' 붙은 합당…"왜 단일화 이후?" "이해 안가"
전문가들 "처음 국힘 들어왔다면" "표심 의식"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를 앞둔 지난 16일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선언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지지율이 밀리는 형국인데다, 보수 세력이 제1야당으로 결집하면서 표심 결집을 위한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빛 바랜 '윤석열 효과'…국민의힘 지도부 공세까지
앞서 안 대표는 오 후보와의 차별점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한 '더 큰 2번'을 내세웠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측과도 연락을 취하고 있고, 단일화 전까지 움직일 의향이 없다는 것이 알려져 중도·무당층 확보를 위한 '윤석열 마케팅'은 빛을 바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 후보는 지난 15일 비전 발표회에서 "저희 쪽도 간접적 형태지만 윤 전 총장 측과 모종의 대화가 있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적어도 단일화 이루기 전까지는 야권 단일화 후보 어느 쪽도 (윤 전 총장이) 함께해주는 모습이나 도와주는 모습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그 분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안 대표를 향한 국민의힘 지도부·선대위의 공세, 야권 세력 결집의 한계 등도 안 대표가 '제 3지대' 구축 대신 제1야당으로의 합당을 결심하게 된 계기로 보인다.
합당 계획 '모호'…국민의힘은 시큰둥
안 대표는 합당 조건으로 ▲본인이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될 경우 ▲당원들의 의견 취합 후 결정 등을 제시했다. 안 대표가 언급한 '범야권 대통합' 계획이 모호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안 대표는 "제가 단일후보가 되든, 안 되든 (야권) 단일후보가 당선되도록 최선을 다 할거고,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고 말씀드려왔다"면서도 본인이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했을 경우 합당 여부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은 "합당이 왜 단일화 이후인가", "이해가 잘 안 간다" 등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오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합당이) 왜 단일화 이후여야 하냐. 야권 통합의 절박함과 필요성이 단일화 여부에 따라 줄었다가 늘어나기도 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원래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내가 처음에 우리 당에 들어와서 후보 경쟁을 하면 자연적으로 원샷으로 후보가 될 테니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피로도 있어" "자충수 될 것" 목소리
전문가들은 안 대표의 합당 제안이 표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국민의힘에서 당에 들어오라고 했을 때 들어갔다면, 그 수많은 양쪽 경선을 치를 과정이 필요 없었다"며 "안 대표가 한 달 전 (고수하던) 자기 입장과 비교해 상황의 조건이 지금과 달라진 게 무엇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 소장은 "안 대표를 안 찍으려는 사람이 찍을 것 같지 않다"며 "단일화 과정이 수월하게 해결돼야 하는데 시민들은 조그만 것을 가지고 싸우는 상황을 봐왔다. 우리나라에서 단일화로 가장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 중 한 명이 안 대표다. 피로도가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진정성이 없다. 지금은 왜 합당을 못하나"라며 "김종인 위원장이 '기호 2번'으로의 합당을 제안했는데 안 했던 이유가 중도표 때문이다. 일종의 표심을 의식한 처신"이라 평가했다.
그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를) 안 믿고, 중도층은 실망하게 된다"며 "안 대표는 거대 양당 세력의 폐해 극복을 위해 제 3의 정당을 만들었는데, 당선을 위해 가장 보수적인 국민의힘과 통합하는 거다. 결국 자충수가 되리라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