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인수로비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66)씨 측에 15억~20억원 상당의 세종캐피탈 자금이 부동산 형태로 전달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노씨가 세종증권 측의 인수 청탁을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64·수감중)에게 전달한 사실을 일부 확인하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왔다.
이 과정에서 세종캐피탈 로비자금 80억원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고교동기 정화삼(62·구속)씨와 동생 정광용(54·구속)씨에게 건네진 30억원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이 경남 김해에 있는 부동산의 형태로 노씨 측에 유입된 단서를 잡고 계좌추적을 통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세종캐피탈 자금이 정화삼씨의 사위인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33)에게 건네진 뒤 부동산 형태로 바뀌어 다시 정씨에게서 관리돼 온 것으로 보고 노씨가 실질적인 소유주일 가능성을 집중 조사 중이다.
이씨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까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바 있어 또다른 정치인의 개입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도화선이 될 지 주목된다. 홍 대표로부터 받은 돈인지 알고 있었는지가 추후 이씨 사법처리의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정씨 형제의 자금 가운데 적어도 절반의 돈이 건네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계속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정씨 형제가 인수계약이 체결된 뒤 성공보수 명목으로 29억6300만원이 든 ‘홍 대표 명의’의 통장을 건네받은 점에 착안, 현금은 검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명계좌에 넣은 뒤 세탁, 관리하고 노건평씨에게 건넬 대가성 금품은 정화삼씨 혹은 제3자 명의로 관리토록 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씨 형제는 이후 7000만원을 추가로 받아 이들이 챙긴 돈은 3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에 앞서 노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뒤 대가성 여부를 수사해 온 검찰은 정씨 형제가 받은 30억원 중 일부를 노씨에게 주겠다며 받아간 사실을 파악하고 이 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 대표 홍모(59·구속)씨와 정씨 형제가 정대근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노씨를 경남 김해에서 몇 차례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 스크린해왔다.
노씨는 정광용씨와 홍 대표가 찾아와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다음날 정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가까운 데 사는 사람들이 연락을 할 테니까 말 좀 들어봐라”고 했다며 접촉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씨는 “단순히 전화만 했을 뿐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며 금품 수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급진전되면서 파견 검사를 잔류시키는 등 수사팀을 대폭 보강했지만 노건평씨 연루 사건은 최재경 중수부 수사기획관이 직접 수사하고 있다. 최 기획관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면서 ‘BBK 사건’을 직접 진두지휘한 ‘특수통’이다.
대검 중수부는 중수부장 아래 수사기획관을 정점으로 중수1, 2과장이 주임검사를 각각 맡고 있으며, 이번 수사팀 개편으로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은 중수 1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63)의 미공개정보 이용 등 사건은 중수2과에 맡겨졌다. 중수부는 검사 7명을 투입, 사실상 특별수사팀 성격으로 팀을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