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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증권 비리’ 노건평씨 소환 임박

김부삼 기자  2008.11.30 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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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이번주 초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노건평씨에 대한 수사의 핵심은 노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돈을 받았는지 여부다.
이번 사건에서 노씨의 이름이 등장한 시점은 세종증권 측이 금융권 진출을 계획해 온 농협중앙회를 포섭하려 한 과정에서였다.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 대표 홍모(59·구속)씨는 “농협이 세종캐피탈을 인수하도록 힘을 써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노씨를 찾아갔다. 그러나 당시 노씨는 청탁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홍씨는 노씨를 포섭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정화삼(62·구속)씨 형제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노건평, 세종증권-정화삼 형제-농협 ‘연결고리’ 역할했나
홍씨는 정화삼씨의 동생 정광용씨와 함께 2005년 6월 김해로 내려가 노씨를 다시 만났고 바로 다음날 노씨는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탁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씨는 정 전 회장에게 “가까운 데 사는 사람들이 연락을 할 테니까 말 좀 들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농협은 2006년 1월 세종증권을 인수를 확정지었다. 검찰은 세종증권-정화삼 형제-노건평-농협으로 이어진 핫라인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성사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노씨를 불러 우선 세종증권 측과 접촉한 시점과 경위, 청탁 내용을 확인하고 농협 측과의 접촉 내용에 대해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세종증권으로부터 대가성 자금 받았나
노씨가 세종증권 측으로부터 청탁 전달에 대한 대가성 자금을 받았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정화삼씨 형제가 세종증권으로부터 로비성공 대가로 받은 “30억여 원 가운데 일부가 노씨의 몫”이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계좌추적 작업을 벌여왔다.
노씨가 농협 정 회장에게 전화로 부탁만 했다면 범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또 정화삼씨가 세종증권에 노씨 몫으로 돈을 요구해 받아갔더라도 실제 노씨에게 제공하지 않은 경우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로비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노씨는 알선수재 혐의로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은 노씨의 전화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화삼씨 형제가 노씨를 포섭해 인수를 성사한 대가로 세종증권으로부터 30억여원을 받았는데, 노씨에게는 사례금이 제공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김해상가 근저당 설정 배경 및 오락실 수익 귀속 여부
검찰은 정화삼씨 형제가 로비성공 사례금을 받은 지 석 달 뒤에 사들인 김해시 내동의 C상가를 노씨의 몫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상가는 정씨의 동생 추삼(57)씨가 노모의 명의로 불법 성인오락실 영업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던 곳이기도 하다.
정씨는 2006년 5월 사위 이모(33)씨의 명의로 이 상가 1층을 매입했다. 등기부 등본에는 2006년 7월 세종증캐피탈 대료 홍씨가 5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가 올해 3월 해지한 것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노씨측이 자신의 재산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홍씨를 이용해 근저당을 설정해 놓은 것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오락실에서 발생한 이익이 노씨에게 귀속됐는지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결과 오락실에서 큰 수익이 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씨가 오락실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검찰은 노씨를 상대로 오락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오락실 수입의 일부가 노씨에게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노씨는 1일 또는 2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박용석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소환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