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배우 유홍영과 고집스런 열정의 고재경이 뭉쳤다. 두 사람은 오는 12월 11일부터 명동의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두 도둑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난다. 마임극 <두 도둑 이야기>는 85년 유홍영이 초연한 후, 세계 각국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오랜만에 다시 올리는 유홍영은 이 작품에서 후배 고재경과 호흡을 맞춘다.
가난한 두 도둑이 담장을 넘으면서 시작되는 소리 없는 이야기는 보는 내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어딘지 모를 엉성함이 묻어나는 두 도둑의 몸짓에 한껏 웃다가도, 이들이 훔치려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지는 순간 관객은 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두 도둑을 연민하고 동정하려는 순간, 두 녀석은 이를 비웃듯 신나는 꿈을 꾼다.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꿈꾸는' 두 도둑의 몸짓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금융위기니 실물위기니 가슴 퍽퍽한 일들만 잔뜩 벌어지는 이 시기에, 두 마임이스트의 절절한 움직임은 우리네 삶의 몸부림을 웅변한다. 빼앗기고 억눌리고 소외당한 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는 이내 두 도둑의 엉뚱한 꿈으로 전이된다. 엉뚱한 꿈이란 이들에게 '희망'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오늘을 살고, 또 다시 꿈을 꾼다. 우리가 그렇게 살듯, 두 도둑도 그렇게 꿈을 꾼다. 어쩌면 유홍영과 고재경이 훔친 것은 보물과 재화가 아닌, 바로 당신의 마음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