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초겨울정치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예산이 천신만고 끝에 국회를 통과하였다. 옥동자를 낳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12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꼬박 13일 동안 진행되었던 예결위의 소위의원(소위 계수조정소위위원)으로 참여하여 소회가 남달랐다.
1.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예산심의기간의 절대적인 부족이다.
2009년도의 예산액수는 283조원으로 사상최대에 달하는데다가 내년도 경기부양을 위한 SOC예산, 일자리창출을 위한 사회복지예산, 지방세수부족에 대한 재원마련, 상대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예산 등 중점적으로 볼 항목도 예년에 비하여 많았다. 정부는 처음 예산안을 짜서 국회에 제출한 10월초보다 경기전망이 어두워지자 11월 7일 수정예산안을 제출한 바 있다.
헌법과 국회법에 의하면 정부는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기가 시작되기 전 90일전에 제출하고 국회는 이를 심사하여 회기가 시작되기 전 30일전인 12월 2일까지 심사를 마치고 의결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정부가 수정예산안을 편성하여 제출한 것이 11월 7일이므로 이번 2009년 예산안은 조숙아로 태어나는 것이 운명적으로 정해진 것이다. 이번 예산안의 심사에는 태생적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심사기간과 이에 따른 졸속심사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결위의 상임위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는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국회법에 명시되어 있는 “정기국회의 예산국회화”도 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도 위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2. 다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예결소위 활동에 있어서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바 있는 장소문제이다.
예결소위 활동의 주된 장이 되었던 국회 638호는 예결소위 위원 13인, 각 부처 공무원, 예결위 소속의 전문위원, 의원들의 보좌관들, 취재에 열중하고 있는 언론사의 기자들을 수용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공간이었다. 여기다가 정부 각 부처의 공무원들은 예산을 설명하기 전에 리허설할 공간은 물론 대기할 공간이 없어서 불편이 더욱 가중되었을 것이고 기획재정부소속으로서 예산을 백업하는 담당공무원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작업을 할까 그 신기한 재주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 지난 70년대, 80년대 몇 조 또는 몇 십 조 단위 규모의 예산을 몇몇 관련인들이 협소한 공간에서 종전 관행에 맞추어 심사하던 素朴한 시대의 산물임이 분명하다.
예결소위위원들이 관련예산을 심도 있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방이 있어야 함은 물론 소위의 회의실에는 신속한 정보의 획득을 위하여 인터넷이 접속되는 컴퓨터도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기재부의 관련 공무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회의실과 방도 있어야 하며 대기순서를 기다리며 복도에서 한없이 기다리는 각 부처소속의 공무원들을 위한 대기실도 마련되어야 한다.
3. 의사결정이 질곡에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의 부재도 지적하고 싶다.
특정 항목의 예산에 대하여 소위위원들 사이에 토론을 한 이후 수용, 증액, 감액여부 등 예산심의에 관한 의사결정이 의사대립으로 인하여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완비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여야는 어차피 차기 집권을 위한 정략에 따라 대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지만 예산항목에 따라서는 탈이념적인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남북경협자금, SOC예산의 규모 등에 관하여는 판단을 달리하지만 청년실업을 위한 일자리창출사업이나 저소득층 차상위층을 위한 사회복지예산에 대하여는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면 합리적인 안이 나올 수 있다. 메커니즘의 부재에 대하여는 국회법에 정해진 대로 표결을 하면 될 것 아닌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항목마다 일일이 표결을 하게 된다면 여야관계의 경색은 물론 소수를 위하여 꼭 필요한 예산은 이유를 막론하고 삭감될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주요한 사안에 대하여 한없는 교착상태가 계속되는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소위에서의 표결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극히 제한적인 사안에 한하여야 한다. 처음 소위를 시작할 때 이 부분에 관한 룰 미팅(rule meeting)을 완벽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4. 다음으로는 점차 惡化一路를 걷고 있는 지방재정에 대한 대책부분이다.
종전 지방세의 주된 수입이었던 재산세관련부분을 국세로 전환하여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더니 이번에는 종부세와 부가세제의 개편으로 인하여 지방세수의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이 예상된다. 지방세수부족은 지방교부세 부족분 5.6조원이외에 12월 5일의 기획재정위의 세법처리로 인하여 2.3조원의 추가감세(이 중 일부는 지방세수의 부족으로 이어질 것임)가 발생하여 더욱 심화될 것이다.
예산심사를 할 때 예산담당 중앙부서 관리들의 뿌리 깊은 중앙집권적 사고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지방세수부족에 대한 우호적인 이해(friendly thinking)가 선결문제로 파악되었다. 지방세수의 부족을 보충하는 발본색원적인 방법으로는 대담한 사고방식의 전환이 담보되어야 한다. 현행법 하에서는 세입면에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6:4이나 정작 세출부분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의 비율은 2:8로서 국세의 지방세전환이 가장 급선무가 될 것이다.
지방세수의 부족을 보충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신설 등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우는 아이 젖 준다고 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울음소리가 더 커져야 하며 중앙정부도 기꺼이 젖을 주어야 한다.
5. 마지막은 선심성 예산편성의 문제이다.
13일 동안 거의 매일 초저녁에 뜨는 개밥바라기별(금성)은 물론 자정에 뜨는 화성까지 보고 지내어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예산심의에 畵龍點睛을 찍는 시기에는 합리적인 논리는 사라지고 힘의 대결이 주도하고 있었다. 지역구의원들과 당의 민원성예산편성은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는 당위성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과되지 않았거나 검증되지 아니한 것도 숨어 있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조망하여 불요불급한 예산은 편성되지 말아야 한다.
이상 이번 2009년 예산안심의에 예결소위위원으로서 참여한 바를 간단히 표현해 보았다.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이 제시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운영에 가장 기본이 되는 예산안의 편성, 심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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