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15일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한마디로 외상이 안되는 현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폴란드 포츠난에서 열린 ‘2008 유엔기후변화총회’에 다녀온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유엔기후변화회의를 다녀와서'라는 글을 통해 “기후변화 현상이 진실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의미 없는 문제가 돼 버렸고, 이미 전 지구적인 대세가 되었고, 전 세계가 이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의원은 이어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면서 “물론 정부는 오래전부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해왔지만, 국민들은 정부가 무엇을 준비해왔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잘 모르며 기후변화 문제를 방송의 다큐멘터리 소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고 관심도 없어 보이고, 정부에서 기후변화를 다루는 부서나 사람들은 솔직히 마이너리티에 속하며, 제일 중요한 당사자인 기업은 이 문제를 대부분 잘 모르거나 알아도 애써 외면하려 한다”며 “‘폭우가 쏟아지고 물은 차오르는데, 우리는 방에서 기상뉴스만 보고 있었다’고 훗날 역사는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기술 할지 모른다”고 기업·정부·언론의 무관심 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정 의원은 “총리실이 아닌 실질적으로 힘있는 기관이 책임지고 끌고 가야한다” 면서 “민.관.연을 떠나 국내외 전문 인력이 총동원돼야 하고 범정부적으로 교육홍보가 이루어지고 구체적으로 모든 형태의 교육 훈련 연수내용에 이 문제가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두언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폭우가 쏟아지고 물은 차오르는데, 우리는 기상뉴스만 보고 있었다.”
아빠, 비가 많이 와요!
응, 알았다.
아빠, 비가 계속 오는데요.
그래, 알았다.
아빠, 비가 너무 오는데요.
사람들이 짐을 싸고 있어요.
그래? 알았다.
그런데 비가 곧 그치는 거 아니냐?
아빠, 무서워요.
그래, 조금만 있어보자
기후변화 현상이 진실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의미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이 문제는 이미 전지구적인 대세가 되었고, 전 세계가 이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부산히.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물론 정부는 오래전부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그런데 국민들은 정부가 무엇을 준비해왔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국민들은 기후변화문제를 방송의 다큐멘터리 소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고 관심도 없어 보인다. 이번 회의에 기자를 보낸 언론사는 단 세군데다. 그것도 기후변화 문제에 정통하지 않은 사건담당 기자들을 보냈다. 기자들은 매일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회의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고, 밤늦게 까지 끙끙대며 기사를 송고하지만, 데스크는 ‘별 사건 사고가 없잖아’ 하고 기사를 킬(kill)해 버린다. 정부에서 기후변화를 다루는 부서나 사람들은 미안하지만 솔직히 마이너리티에 속한다. 제일 중요한 당사자인 기업은 이 문제를 대부분 잘 모르거나, 알아도 애써 외면하려 한다. “폭우가 쏟아지고 물은 차오르는데, 우리는 방에서 기상뉴스만 보고 있었다.” 훗날 역사는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기술할지 모른다.
◆논점 1.
교토의정서체제(2008-2012)이후, 즉 2013년부터 우리는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현재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들은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9위, 증가율 세계1위이며 OECD 가입국이기 때문에 2013년부터 대상국이 되어야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이 대상국에서 빠졌다는 핑계로 교토체제에서 탈퇴한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할 예정이다. 실제로 포즈난에서 만난 죤 케리 전 대통령후보(향후 기후변화문제를 담당할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차기 위원장 후보이기도 함)는 이만의 환경부장관, 이인기 국회기후변화특위 위원장과 나를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 거물임에도 불구하고 흥분한 어조로 미국의 입장을 강하게 역설했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후발 산업국가로서의 우리의 구조적인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만, 기존의 선진 가입국들은 눈을 부라리며 주먹까지 휘두를 태세다. 특히 우리와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상대적인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일본의 입장이 제일 강경한 것 같다.
역사적인 논리상, 실제적인 산업형편상 우리는 의무감축 대상국에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가서도 안 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이대로는 버티기가 어렵고,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이를테면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공언한데로 내년에 우리의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공표하고, 또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진행내용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도 이제 저탄소사회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이후 포스트교토의정서체제는 내년 12월에 코펜하겐에서 결판이 난다.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무어가 무언지 아직 모르고 있고, 언론은 몰라서 그런지 알아도 그런지 별 관심이 없고, 기업은 어렸을 적에 동화에서 읽은 비새는 집 가장처럼 팔짱만 끼고 있고, 정부는 십 수년째 준비만 하고 있다(최근에는 ‘저탄소 녹색성장’ 체제에 맞추어 조직과 제도를 새로 짠다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논점 2.
기후변화 문제는 과거 그 어떠한 국가적 과제에 비해 매우 전문적인 이슈다. 일반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많은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는 연구분석, 동향파악, 기술개발, 정책수립, 국제협상 등 기후변화문제를 다룰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회의 때 보니 그나마 있는 인력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기업에서 나온 사람, 연구소에서 나온 사람, 대학에서 나온 사람, 정부에서 나온 사람 등등이 제각각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정부 인력은 늘 그렇듯이 순환보직으로 인해 상황, 정보와 지식을 꿰고 있는 사람이 몇 안 된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그들마저 조직 내에서 마이너리티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활용하고, 미래의 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
또,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 정부, 언론, 기업, 국민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먼저 정부의 고위관료들. 언론사의 간부급들, 기업체 CEO들이 교토의정서에 대해서 적어도 서브프라임만큼은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중소제조업체의 사장들 중 기후변화문제를 자기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점 3.
지금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이다. 내년부터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실업자가 거리를 해맬 것이다. 정부는 경제비상상황을 맞아 살아 숨 쉬고 있는 기업을 살려내고,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는 서민들을 구제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마당에 기후변화가 웬 말인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도 급한데 2020년, 2050년을 준비해야 한다니.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기후변화 협약 준수에 대한 선진국들의 압력은 거세기만 하다. 대통령이 올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어젠다로 제시한 것은 정말 시의적절하게 잘한 일이다. 그런데 어찌 이리도 운이 사납단 말인가. 국내외적인 상황이 너무 비협조적이다. 어쨌든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데, 갈 길은 멀고 날은 험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우리의 상황 인식이다. 우리 정부는, 우리 국회는, 우리 언론은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비상한 상황에 비상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결론적으로, 기후변화문제는 이제 우리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한마디로 외상이 안 되는 현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문제는 실질적으로 힘이 있는 기관에서 책임을 지고 끌고 가야 한다. 총리실과 같은 형식은 더 이상 금물. 둘째, 민・관・연을 떠나서 국내외의 전문 인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내가 만났던 그들은 모두 사명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셋째, 범정부적으로 교육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형태의 교육 훈련 연수내용에 이 문제가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엘 고어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비롯해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영국의 니콜라스 스턴 경 등 전 세계에서 일 만 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여든 폴란드의 작은 도시 포즈난에는 우리가 도착해서 떠나올 때까지 줄곧 스산한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