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7일 여야간 쟁점법안 처리 협상과 관련 “당 지도부가 폭력소수의 결재가 있어야만 법안을 통과하겠다는 항복문서에 서명했다”고 비판하며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친이계인 차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면서 “저라도 책임을 지고 대변인직을 사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지도부는 일찍부터 법안전쟁을 선포했지만 말뿐이었고 아무 대책도 없었다”며 “믿었던 국회의장은 모양 좋게 합의할 것을 주문하며 중립을 선언했고 당내에서조차 좋게 합의하면 될 것을 왜 싸우냐며 맥 빠지는 훈수가 나왔다”고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했다.
차 대변인은 “지도부는 무릎을 꿇었다”며 “불법을 향해 타협의 손을 내밀고, 폭력소수의 결재가 있어야만 법안을 통과하겠다는 항복문서에 서명했다”고 지난 여야 쟁점법안 처리 합의를 정면 비판하는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권을 돌려주고 다수의석을 주신 국민들의 기대를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엄동설한에 떨고 있을 서민들 생각해야 한다”며 “1월 임시국회에 마지막 기대를 걸겠다”고 사실상 쟁점법안들의 강행 처리를 지도부에 주문했다.
한편 박희태 대표는 이날 “이 사안은 대변인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며 즉각 사퇴를 반려했다고 김효재 대표비서실장이 전했다.
대표실 관계자는 “김효재 비서실장이 별도로 차 대변인을 만나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차 대변인이 사퇴 입장을 거둬들일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 대변인의 사의 표명은 한나라당 내부 친이 직계의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당 내 각 모임에서 준비중인 지도부 책임론 제기와 함께 홍준표 원내대표 퇴진 등을 강력 요구하고 있어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5일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과 국민을 위한다고 내놓은 법안들이 지금 국민들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한 발언 이후 내연하고 있는 당내 친박계와 친이계의 갈등도 수면 위로 본격 가시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