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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해머가 민주주의를 때렸다”

김부삼 기자  2009.01.12 1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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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최근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폭력사태와 관련 “정말 앞이 캄캄했다. 우리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 아니라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면서 “이번 사안을 그대로 흘려버리면 정치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회의실 문을 부수는 해머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때리고 제 머리와 가슴을 때리는 것 같이 아팠다”면서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국제적인 경멸의 대상이 되다니 대통령으로서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혹 아이들이 보면 어쩌나, 외국인들이 보면 어쩌나 마음 졸인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안타까운 것은 정부는 물론 민간까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시점에 정치가 오히려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지켜야 할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법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법치주의가 바로 설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통령은 또 “정부가 예산집행을 서두르고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바람에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특히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폭력은 결코 양립할 수 없고 더구나 지금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이 아니다”며 “국회는 언제, 어떤 경우에도 평화와 법질서의 상징이자 보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분열을 조장하고 통합을 가로막는 정치적 양극화야말로 경제적 양극화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정치 선진화가 따라주지 않으면 선진화는 없고 국격이 높아지지 않으면 선진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금년 한 해 저는 이념이나 지역을 떠나 경제를 살리고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전념하겠다”면서 “인기 발언이나 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대통령까지 가세해 야당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성을 잃어버린 태도”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국회 사태의 근원적 발단은 이 대통령이 무리하게 ‘MB악법’을 밀어붙이는 데서 출발한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너무 잘 알면서 왜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일을 하는가. 참으로 양심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회 파행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무리하게 쟁점법안을 연말까지 강행처리하겠다고 나선 한나라당과 행정부”라며 “언제까지 폭력·파행 국회의 책임을 ‘네 탓 공방’으로 끌고 갈 셈인지, 정말 염치도 분별도 없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 폭언·폭력 등 의회 질서를 문란하게 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특별법을 마련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