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2030 세대의 일상 속 '기부·선행'
플라스틱 일회용품 등도 기부 대상이 되기도
전문가 "2030세대, 코로나 기부 적극 참여자"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최근 일부 '2030 세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새로운 생활 습관을 '소소한' 기부 및 선행으로 발전시키는 모습이 포착된다. 젊은 세대가 인식하는 기부의 대상이 다양해지고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박모(37)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돼 미용실을 한동안 다니지 못하다 지난 4월 오랜만에 미용실을 찾았다. 약 1년 간이나 파마·염색을 하지 않은 채 기른 생머리를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가발을 만드는 봉사단체인 '어머나 운동본부'에 기부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만큼 한동안 미용실을 자주 다니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한 박씨는 이날 머리카락을 30㎝가량 자르고 봉사단체에 기부했다.
박씨는 "내 머리카락이 환우를 위한 가발로 만들어지는 걸 보진 못했지만 평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머리카락 기부를 실제로 하게 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비대면 마라톤'에 참가하기 시작한 직장인 오모(27)씨는 새로운 취미를 '일석이조 활동'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헬스장을 다니지 못하다 지난 4월부터 기부와 연계된 비대면 마라톤을 뛰기 시작했는데, 뛰면 뛸수록 건강해지고 기부 금액도 커진다.
비대면 마라톤은 일반 마라톤과는 달리 개인이 각자 원하는 장소, 시간에서 어플을 이용해 뛰는 방식이다. 오씨는 "장애인, 멸종동물 등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가비를 기부하는 비대면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취미를 즐기면서 기부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달라진 식습관이 기증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경기 시흥에 거주하는 박모(26)씨는 코로나 이후 외식하고 싶을 땐 밖에 나가는 대신 배달을 불렀다. 한번 음식을 시켜 먹을 때마다 플라스틱 수저 등 일회용품이 집에 쌓였다. 박씨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쓰지 않은 일회용품을 기증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돼 모아서 보냈다고 한다.
아름다운 가게는 '배달의 민족'과 협업해 일반 가정에서 쓰지 않는 일회용품 수저를 기증 받았다. 기증품은 코로나19 이후 음식을 배급할 때 일회용품을 써야 하는 무료급식소, 취약계층 도시락 업체 등에 보내졌다. 박씨는 "일회용품으로 기부를 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는데 막상 해보니 신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30 세대가 코로나 이후 '소소한 기부'에 참여하는 비율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노연희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2030의 기부 비율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2030 세대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부에 적극적인 참여자로 세상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을 확인했다"고 했다.
사태 이후 비대면 방식 등 기부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대면 방식이 활성화되다 보니 청년 세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기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한동안 이같은 경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교수는 "큰 어려움이 있을 때 사회 구성원들이 연대의식을 형성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집단이나 사람에게 눈길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