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10일 “용산사고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내정자와 서울경찰청장직에서 사퇴키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이날 서울경찰청 15층 서경마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권력이 절대 불법 앞에 무릎 꿇어서는 안된다는 조직 내외의 요구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상초유의 경제위기를 비롯한 국가적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저 개인의 진퇴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용산 화재사고 이후 불법 폭력행위에 대한 비난에 앞서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경찰에 대한 책임만을 강요하는 일각의 주장에 고민을 거듭했다”면서 그 동안의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내정자는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를 언급하며 “용산 화재사고의 실체적 진실은 명백히 밝혀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극렬한 불법 폭력행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도 한복판에서 화염병과 벽돌, 염산병이 무차별로 날아들어 건물이 불타고 교통이 마비되는 준도심테러와 같은 불법행위가 더 이상 재발해서는 안된다”며 “법질서가 바로 서야 국민의 안전도, 인권도, 민주주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내정자는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이 ‘강경과 과잉’ 으로 매도당하거나 논쟁거리가 되는 서글픈 현실은 조속이 극복되어야 한다”면서 “사회적 정의실현 보다는 목전의 정치적 이익과 정략적 판단에 따라 여론몰이 식으로 경찰을 비난하고, 불법 폭력의 심각성 보다 경찰의 과오만을 들춰내는 비이성적 습성을 하루빨리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특히 “경찰이 이유없이 매 맞거나 폭행당하는 것을 국민들께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경찰의 자존심과 명예를 국민 여러분이 지켜줘야만 경찰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고 보호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순직한 고 김남훈 경사와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항상 경찰을 응원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과 든든한 경찰 가족들을 믿고 떠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내정자는 오는 12일 서울경찰청장 퇴임식을 갖고 30여 년간의 경찰생활을 마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곧 후임 경찰청장내정자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로는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치안정감)과 강희락 해양경찰청장(치안총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