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최하위 '3등급'으로 분류
북한 등 11개국 "국가 자체가 인신매매범" 지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북한이 19년째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최악의 인신매매국' 목록에 올랐다.
미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 2021년 6월 버전에서 북한을 최하위에 해당하는 3등급(Tier 3) 국가로 분류했다. 이 등급에는 북한 외에도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이란, 러시아 등 총 17개국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을 정부 차원의 인신매매가 이뤄지는 국가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국가가 지원하는 인신매매'라는 부문에서 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이란, 러시아 등 총 11개 국가를 언급, 이들이 정책적으로 인신매매를 하거나 관련 패턴을 갖췄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도 완전히 충족하지 않는다"라며 "이를 위해 중대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인신매매 근절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북한 내에서 성적인 목적이나 강제 노동 목적의 인신매매를 법상 범죄로 취급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아울러 북한 내에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으며, 인신매매범 기소에 법이 활용되는지에 관한 설명도 없다는 점이 보고서에 언급됐다.
북한 내 강제 수용 현황도 보고서에 기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선 8만~12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 중이며, 추산이 안 되는 인원이 또한 노동 교화소 등에 갇혀 있다. 이들 중 다수가 범죄 혐의를 받지 않거나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수용소에 수감된 북한 주민들은 어린이도 예외 없이 열악한 조건에서 벌목과 채굴, 제조 등 분야 장시간 노동에 투입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어린이도 최대 하루 12시간 노동에 투입되며, 수용소 내에는 구타, 고문, 성폭행, 의료·식량 부족이 만연한 상황이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만 체포돼도 가족 전체가 수용되는 경우도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마스크 미착용이나 격리 조치 위반 등 행위도 범죄로 간주돼 수용소에 보내졌다고 한다. 보고서는 "많은 수감자들이 살아남지 못한다"라고 언급했다.
북한이탈주민, 특히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는 인신매매 문제도 제기됐다. 인신매매범들이 탈북 여성과 소녀에게 신체적 학대와 성적 착취를 가하고 성매매 업소나 온라인 성인 사이트, 유흥주점 등에서 일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탈북 여성들은 합법적 신분이 없는 데다 중국 남성과 사이에 낳은 자녀 때문에 탈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일환으로 중국의 북한 이탈 주민 강제 송환을 거부하면서 현재 200여 명이 중국에 구금돼 있다고도 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1일 홈페이지 게재 익명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오랫동안 북한 이탈 주민과 기타 북한 국적자 송환에 우려를 표해 왔다"라며 "이들은 강제 노동이나 다른 형태의 인신 매매, 기타 인권 유린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라고 했다.
이어 중국 정부에도 인신매매 취약성 등을 이유로 북한 송환을 하지 말라고 요구해 왔다며 "우리는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광범위한 인권 문제를 우려한다. 이는 우리가 중국 정부에 제기하는 많은 문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신매매 범죄 피해자가 약 2500만 명"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성매매를 강요받거나 공장 등에서 강제 노동을 하고, 무장 단체에 투입된다"라고 했다. 이어 "인신 매매 피해자 수백만 명은 어린이"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범죄는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욕"이라며 "우리는 한 국가로서, 또 세계 공동체로서 인신매매를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인신매매가 이뤄지는 11개국을 "정부 자체가 인신매매범"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이날 보고서에서 인신매매 우려가 가장 낮은 1등급(Tier 1)으로 분류됐다. 미국과 캐나다, 스웨덴, 대만, 프랑스 등 총 28개국이 1등급 국가로 분류된다.